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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거짓 해명 정봉주 서울시장 출마포기,"자연인으로 돌아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실 공방을 벌여온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의원이 28일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엔 기존 해명을 번복하고 기자들을 상대로 한 고소를 취소했다.

정 전 의원은 이런 자신의 입장을 담은 A4 11쪽짜리 보도자료를 낸 뒤 오후 1시쯤 트위터에 서울시장 출마 철회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연인으로 돌아갑니다'라는 제목의 짤막한 글에서 “서울시장출마를 철회하겠습니다.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고 또 자숙하면서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습니다” 고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철회 입장을 밝힌 트윗. [인터넷캡처]

정봉주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철회 입장을 밝힌 트윗. [인터넷캡처]

이어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10년 통한의 겨울을 뚫고 찾아온 짧은 봄날이었지만... 믿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 12일 정봉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전날까지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시점(2011년 12월 23)에 문제의 장소(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간 사실 자체가 없다고 의혹을 부인해왔다. 정 전 의원 측은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기자들을 경찰에 고소하면서 자신이 해당 장소에 가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고 주장하는 사진 780여장을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스스로 결제 내역 찾았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에 낸 보도자료에서 “(내가) 렉싱턴 호텔에 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1년 12월 23일 저녁에 여의도 이외의 장소에서 결제한 내역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으나 제 스스로 2011년 12월 23일 오후 6시 43분경 렉싱턴 호텔에서 결제한 내역을 찾아냈다”고 했다.

이어 “유리한 증거가 많이 있다는 생각에 덮고 가고 싶은 유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 스스로의 눈으로 결제내용을 직접 확인한 이상 기억이 잘못되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저와 변호인단은 기억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기록으로 결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만큼, 명백한 결제 기록이 저의 당일 렉싱턴 호텔 방문을 증거하고 있는 이상 이를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책임을 지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기억이 없다" 

정 전 의원은 “27일 프레시안 기자들에 대한 고소를 모두 취하했다”면서 “여전히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하지만 직접 나서서 결재 내역을 확보했고 이를 제 눈으로 확인한 이상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기억이 없는 것도 제 자신의 불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 측은 이날 오후 입장과 거취에 대해 별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공지를 했다가 일정을 취소했다. 그리고는 트위터를 통해 출마 포기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한 뒤 추가 질문을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 변선구 기자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한 뒤 추가 질문을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 변선구 기자

전날 피해 여성 “나를 고소하라”

앞서 정 전 의원에게 피해를 봤다고 폭로한 여성 A씨는 전날(27일) 사건 당일 오후 5시 이후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자신이 있었다는 증거 사진을 공개했다. A씨는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 대회의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시간을 더듬기 위해 백방으로 2011년 12월 23일의 기록을 찾던 중 당시 여의도 렉싱턴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인 뉴욕뉴욕에서 오후 5시5분과 37분에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뉴욕뉴욕 룸 안에서 찍은 셀카, 체크인한 기록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정봉주 전 의원이 자신이 사건 장소에 있지 않았다는 근거로 시간대별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 12일 정봉주 전 의원이 자신이 사건 장소에 있지 않았다는 근거로 시간대별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A씨는 “저는 호텔에서 1시간가량 정봉주 전 의원을 기다렸지만, 실제 함께 있었던 시간은 20분도 안 됐다”며 “정 전 의원이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묻는 등 발언을 해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판단해 옷걸이 쪽으로 가서 옷을 입으려는데 저를 끌어안고 키스를 시도해 입술이 스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직접 나서서 말하지 않다 보니 오해와 팩트가 아닌 내용이 확대 재생산돼 이 자리에서 확실히 설명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바라는 것은 공개적인 성추행 인정과 진실한 사과”라며 “제 말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려거든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저를 고소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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