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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대주주 찾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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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내 3위 정유회사인 에쓰 오일(S-Oil)이 외국인 최대주주와 더불어 회사를 공동 경영할 주인을 국내에서 찾는다.

김선동 에쓰오일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국내 기업에 자사주 28.4%를 전량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에쓰오일의 1대 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로 3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에쓰오일 법인이 보유한 자사주가 28.4%이고, 나머지는 우리사주와 소액주주 지분이다. 이 회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쌍용그룹이 위기를 맞자 쌍용의 주력사인 쌍용양회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을 모두 사들여 자사주로 보유해 왔다.

에쓰오일 지분 28.4%는 31일 종가(7만4600)로 계산해 약 2조4000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으면 인수 대금이 3조원가량 될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관련 업계에선 이를 사들일 만한 곳으로 유동성이 비교적 풍부한 롯데그룹을 지목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롯데그룹은 협상설에 대해 모두 "확정되거나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울산 온산읍의 에쓰오일 공장을 두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 인수설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롯데쇼핑 상장으로 2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한 데다 호남석유화학.롯데대산유화 등 계열 화학업체가 에쓰오일에서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그럴 듯하게 번지고 있다.

에쓰오일이 자사주를 처분하려는 것은 충남 서산에 제2공장을 지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약 1조7000억원을 들여 서산에 하루 44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하는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내년 착공해 2010년 완공 목표다. 서산 공장이 세워지면 에쓰오일의 온산 공장을 포함, 하루 102만 배럴의 정제 능력을 갖춰 GS칼텍스(65만 배럴)를 제치고 국내 2위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 1위는 SK㈜(111만5000배럴)다. 에쓰오일은 서산 공장에서 나올 석유제품을 대부분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지금도 전체 정제 물량의 60%를 수출한다.

에쓰오일은 다른 나라의 유전을 사들여 원유를 들여오는 식의 해외자원 개발을 하지 않는다. 원유를 최대주주인 아람코에서 100% 조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자사주 매각이 성사돼 다른 국내 기업이 2대 주주가 되더라도 당분간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91년 아람코의 투자를 받으면서 2011년까지 20년간 원유 전량을 이 회사에서 도입하겠다는 계약을 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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