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주둔 부대 인원 절반으로 줄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5월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비해 함경북도 풍계리 핵 실험장에 주둔 중인 군부대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28일 보도했다.

日 아사히, "4개 대대 중 2개 대대에 이동 명령" 보도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 합의에 대비한 움직임" #폐쇄도 염두에 둬..북미 관계 악화되면 활동 재개

신문은 복수의 북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러한 부대 축소 명령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의 핵심 사안인 비핵화 합의에 대비한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이를 위해 핵 실험장 폐쇄까지 염두에 두고 있으나, 북미 관계가 악화되면 핵 실험장은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지난 2일(왼쪽)과 17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 사진. 전문가들은 남북, 북미 대화무드와 함께 공사가 상당히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38노스 캡처=연합뉴스]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지난 2일(왼쪽)과 17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 사진. 전문가들은 남북, 북미 대화무드와 함께 공사가 상당히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38노스 캡처=연합뉴스]

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부대 축소 명령을 받은 것은 핵 실험장 주변에 주둔하는 제19 연대다. 이달 초 갱도 굴착 등을 담당한 4개 대대(약 1000명) 중 2개 대대에 이동 명령이 내려졌다.

남은 2개 대대와 갱도의 설계 및 측량을 담당하는 기술 대대(약 150 명), 경비 중대(약 70명)는 남아 있지만, 북미 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할 경우 이들도 철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북한이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에 있는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한 것와 같이, 합의 이행을 증명하는 수단의 하나로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풍계리 폐쇄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북미 관계가 악화되면 다시 실험을 재개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북한의 간부 대상 강연회 등에서는 ①핵무기는 이미 완성돼 더 이상 핵 실험은 필수적이 아니다 ②비핵화에 합의한다 해도 완전 폐기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린다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비핵화 합의를 목표로 하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미국의 대응을 보며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것이다.

풍계리 지도. [중앙포토]

풍계리 지도. [중앙포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5일 북한을 방문한 한국 특사단에게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아사히는 북한이 비핵화에 응하는 대신 미국에 평화 협정 체결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 등의 한반도 접근 금지를 요구하는 안도 부상하고 있다.

풍계리 핵 실험장에는 1980년대 말부터 군부대가 주둔해 왔다. 2006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이곳에서 총 6회의 핵 실험이 이뤄졌다. 6차 핵실험 당시에는 지하 갱도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이곳에서 핵 실험을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도 지난 23일(현지시간), 핵실험 전문가들이 지난 2일과 17일 두 차례 풍계리 핵 실험장을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갱도 굴착 공사 지연과 인력 감축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