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선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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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전> ●탕웨이싱 9단 ○안국현 8단

12보(163~181)=대국 중에는 두 대국자 모두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바둑이 뒤집어질 수도 있었던 최후의 순간이 모두 끝났다. 바둑은 마지막 끝내기 수순을 향해 순풍에 돛 단 배처럼 순항하고 있다. 하변에서 '패'라는 변수가 발생하긴 했지만, 흑 입장에선 백이 워낙 두터워서 제대로 패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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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패를 완전히 무시하고 다른 작업에 착수할 수도 없는 게, 흑이 하변에 가일수를 하지 않으면 백이 '참고도'처럼 둬서 하변 흑집이 와장창 깨지게 된다. 아무리 봐도 가망 없는 패싸움으로 체력을 소모하고 있으려니 이래저래 흑은 피곤한 상황이다.

탕웨이싱 9단은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뒤늦게야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끈질기게 버티기'를 선보였다. 여기저기를 찔러보며 변화의 빌미를 마련해보려 안간힘이다. 하지만 이미 때는 한참이나 늦었고, 승리의 여신은 그의 곁을 떠난 지 오래다. 타이밍이 이렇게 중요하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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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의 아이콘인 탕웨이싱 9단은 미련이 길게 남았던 듯하다. 256수까지 새카만 돌을 만지작거리며 수순을 이어갔다. 새카맣게 속이 타버린 그는, 아마도 안국현 8단을 너무 만만하게 봤던 자신을 자책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181수 이상은 승부와 관련 없는 진행이라 생략한다. 256수 백 불계승. (169. 175, 181…164 / 172, 178…△)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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