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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유럽 최고기업의 장수 비결은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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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존경받는 기업 발렌베리가(家)의 신화
장승규 지음, 새로운 제안, 200쪽, 1만원

"발렌베리에게 소유권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들은 가문의 부를 선물로 여겼으며, 잘 가꾸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했다…. 물론 발렌베리도 성공가도만 달려온 것이 아니다. 만약 그들에게 기업가 정신이 없었다면, 다른 가문처럼 기업을 팔아치우고 세금이 거의 없는 스위스로 옮겨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렌베리는 스웨덴의 가치를 존중했다."(68쪽)

'유럽 최대의 산업왕국' 발렌베리가(家)는 우리에게 그리 친숙하지는 않다. 고급 자동차의 대명사인 사브 정도를 기억할까? 사브는 하이테크 전투기와 우주 분야로 발 뻗은 발렌베리 산하 14개 간판 기업의 하나다. 사브는 지금은 GM에게 자동차부문이 매각됐지만, 그래도 발렌베리가는 에릭슨(유무선 통신장비) 아스트라제네카(의약품)등 막강 기업군을 거느리고 있다.

저자는 5세대에 걸쳐 150년 동안 세습경영을 해온 이 기업이 사회적 존경을 받고 있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항공.산업공구.베어링.의료기에 이르는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창출한 핵심역량이 뭔지도 들여다 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경영철학.기업가 정신.사회공헌에서 벤치마킹할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저자는 발렌베리의 경영철학은 "선장(경영자)이 우선, 배(기업)는 나중"으로 요약한다. 즉 소유기업의 경영권은 전문경영인들에게 일임하면서도, 기업에 대한 장기적 책임은 받아들이는 오너십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통해 사회적 존경을 확보한 노하우에 관심이 많다.

발렌베리 기업들은 통일된 상징물이 없다. 소유기업들 어디에도 발렌베리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다. 철저한 독립경영 원칙 때문이다. 한국에서 흔한 순환 출자 방식과 달리 주식상의 의결권 차이를 둔 '차등의결권주'라는 무기를 사용할 뿐이다. 소유기업의 성과는 최종적으로 발렌베리재단으로 모여진다. 수익금은 스웨덴의 과학 기술 발전에 사용돼 경영성과가 사회 전체로 환원되는 구조다. 발렌베리는 2003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유럽순방 중 벨렌베리의 모기업인 인베스터를 방문하면서 국내에 이름이 알려졌다.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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