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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타민] 활주로에 녹아 붙은 타이어 "1년에 42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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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인천공항 활주로에서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야간청소 작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워터젯'이라는 기계로 활주로에 강력한 물줄기를 쏘아 댄 뒤 씻겨나온 찌꺼기를 빨아들이는 겁니다. '워터젯'은 가격이 한 대에 6억원입니다. 활주로에 무슨 찌꺼기가 있을까 궁금하시죠? 비행기 바퀴에서 녹아내린 고무입니다.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바퀴가 활주로에 닿을 때 생기는 마찰열은 800도나 됩니다. 비행기 바퀴는 생고무이지만 열을 견디지 못해 녹아내리는 거죠.

덩치가 가장 큰 보잉 747-400 점보 제트기는 한번 착륙할 때 바퀴 18개에서 모두 4㎏ 정도의 고무가 녹아 활주로에 달라붙는다고 합니다. 보잉 747-400기는 바퀴 한 개의 무게가 120㎏인데 1년에 이 바퀴 350개 분량이 녹아내린답니다. 이 바퀴 한 개 값이 100만원이 넘으니 4억원가량이 녹아 없어지는 셈입니다. 이 고무를 제때 제거해 주지 않으면 활주로 배수로에 쌓인답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활주로에서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얇은 막이 형성되는 '수막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칫 비행기가 미끄러져 대형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인천공항에는 길이 4000m, 폭 60m 규모의 활주로가 2개 있습니다. 하나는 착륙 전용, 다른 하나는 이륙 전용인데 청소는 주로 착륙 활주로에서 이뤄집니다. 청소를 마치는데 30일가량 걸리고 청소비용은 9000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1년에 네 번, 이런 식의 활주로 청소를 합니다. 한 차례의 작업 때마다 수거되는 고무찌꺼기는 8~10t가량 됩니다. 하지만 인천공항이 바빠지다 보니 녹아내린 고무의 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3년 28t에서 2004년에는 32t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42t을 걷어냈다고 합니다. 고무찌꺼기는 환경법상 소각이 가능하게 돼 있어 인천공항의 자체 소각장에서 태워 버립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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