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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빚 한해 93조 느는데 … 17만명 더 뽑는다는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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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무원 수험생들이 24일 오전 2018년 서울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 필기시험 고사장인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 수험생들이 24일 오전 2018년 서울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 필기시험 고사장인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할 연금액을 의미하는 연금충당부채가 2년 연속으로 100조원 가까이씩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가 부채도 사상 처음으로 1500조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목표대로 임기 말까지 17만 명 이상의 공무원을 증원할 경우 연금충당부채는 더욱 빠르게 늘어나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 나랏빚 1556조 절반이 연금 빚

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2017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를 심의, 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지방정부 채무에 연금충당부채 등을 더한, 넓은 의미의 ‘나랏빚’ 개념인 국가 부채는 1555조8000억원으로 전년(1433조1000억원)보다 122조7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자산은 206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6조4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507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6조3000억원 감소했다.

연금 빚 2016년 92조 이어 큰폭 증가 

연금충당부채가 전년보다 93조2000억원(12.4%) 늘어난 845조8000억원에 달했던 게 가장 큰 국가 부채 증가 요인이었다. 연금충당부채는 2016년(92조원 증가)에 이어 2년 연속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과 군인 퇴직자 및 예비 퇴직자에게 미래에 지급할 연금액을 추정한 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정부가 직접 빌린 돈이 아니고 확정된 부채는 아니지만 연금 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해지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날수록 미래의 국민 및 국가 부담은 가중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저금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규택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연금충당부채는 미래 예상 연금액에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 수치인데, 저금리 때문에 할인율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현재 가치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지난해 증가액의 88.7%인 82조6000억원은 할인율 인하 때문에 늘어난 액수이고, 공무원·군인 근무 기간 연장 및 재직자 수 증가에 따른 순수 증가액은 10조6000억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연금부채, 당분간 늘어날 것” 

하지만 이 말은 당분간 연금충당부채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 국장도 “할인율은 10년 평균치로 산정하기 때문에 (시장 금리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연금충당부채가 증가하는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건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부터 임기 말인 2022년까지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증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점이다. 연금을 받는 공무원 수가 늘어나면 연금충당부채와 국가 부채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당장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해 뽑은 공무원의 연금액이 올해 회계연도 결산 때부터 연금충당부채 산정에 반영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부채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것이 맞는데 연금충당부채의 증가를 저금리 때문이라고만 해석하는 건 걱정스럽다”며 “연금충당부채가 계속 늘고 있다는 건 나라가 적절한 연금 제도를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 만큼 연금 납부금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학회장을 지낸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도 “2015년에 공무원 연금을 조금 손봤지만 워낙 저항이 심해 전폭적으로 개혁하지는 못했다”며 “연금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연금충당부채의 증가세를 억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통 큰 씀씀이도 국가 부채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운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2017~2021년 중기계획상의 증가율 5.7%보다 더 높이는 내용의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함께 의결했다. 내년에도 복지 확충을 위해 재정을 아낌없이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지침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국민이 체감하는 내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청년 일자리 확충 ▶저출산·고령화 대응 ▶혁신성장 ▶안심 사회구현 및 안보 강화에 중점적으로 투입된다. 기재부가 만든 이 지침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준수 또는 준용해야 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국가채무는 661조, 1인당 1284만원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은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이 올해 지출 증가율 예상치인 7.1%보다 높을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증가율은 미정”이라고 답해 5.7%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이후 연 7%대의 재정지출 증가율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상태다.

정부가 이처럼 재정 확대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로 한 건 지난해 ‘세수 풍년’ 덕택에 ‘나라 살림살이’가 비교적 양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세입은 359조5000억원, 총세출은 342조9000억원으로 결산상 잉여금이 16조2000억원 발생했다. 결산상 잉여금에서 전년도 이월금을 뺀 세계잉여금은 11조3000억원이었다.

재정 건전성 척도인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도 호전됐다. 통합재정수지는 24조원 흑자로 전년 대비 7조1000억원 증가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1.0%에서 1.4%로 높아졌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 등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8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전년보다 적자 규모가 4조2000억원 감소했다.

“연금 구조 안 바꾸면 빚 못 막을 것”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더한 국가채무(D1)는 660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조8000억원 증가했지만, 2013년 이후 증가액이 가장 적었다. 국민 1인당 1284만원꼴이다. 2017~2021년 중기재정계획상의 전망치인 669조7000억원보다도 낮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기용 학장은 “현시점에서 지출능력·상환능력 등을 함께 보면 한국의 재정 상황이 여유 있다고 보긴 어렵고 세수가 계속 좋다는 보장도 없다”며 “세수가 늘었다고 한꺼번에 다 쓸 생각만 하지 말고 나랏빚을 주기적으로 상환해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심새롬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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