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두달 전부터 수사…‘정치경찰’ 비난에 심한 모욕감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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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직의 대표적 ‘수사권 독립 론자’인 황운하(55·경찰대 1기) 울산지방경찰청장.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울산경찰청]

경찰 조직의 대표적 ‘수사권 독립 론자’인 황운하(55·경찰대 1기) 울산지방경찰청장.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울산경찰청]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자유한국당의 비난에 대해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며 2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과 동생을 잇달아 수사하는 경찰을 ‘미친개’나 ‘사냥개’ 등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수사를 ‘야당 말살이자 관권 선거 시도’라고 규정하면서 특히 수사를 주도하는 황 청장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황 청장은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울산 경찰의 수사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어 안타깝다”며 “국회 또는 정당에서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대해 감시·견제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고,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전제했다.

황 청장은 “경찰에 대한 야당의 모욕적인 비판은 경찰이 공작·기획·편파수사를 한다는 주장에 기초하고, 이를 전제로 영장청구권이나 수사권 조정에 대한 기존 당론을 재검토하겠다고도 한다”면서 “과연 합리적 근거가 있는 주장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야당이 비판의 근거로 삼은 ‘압수수색 시점’과 ‘여당 유력인사와의 만남’ 등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황 청장은 “울산시장 공천 발표가 있던 날 울산시청을 압수수색을 한 것을 두고 시점이 잘못됐다고 한다”면서 “해당 사건은 1월 초부터 시작됐는데 수사계획 수립과 관련자·통화내용 조사 등에 두 달 정도 소요됐고, 3월 들어 증거물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장이 검찰과 법원을 거치는 동안 어느 단계에서 제동이 걸릴지, 그대로 발부될지 등은 전혀 알 수 없어서 공천 발표일에 맞추려야 맞출 수도 없다”면서 “전후 사정이 이런데도 이를 문제 삼으며 기획·공작수사 근거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또 “여당 유력인사를 두 차례 만난 것이 잘못이라는데, 지방청장이 지역 유력인사를 만나 현안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조언을 청취하는 것은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라면서 “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과 울산시장 등도 만났는데 그것은 괜찮고, 여당 인사를 만나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인가”라며 되물었다.

황 청장은 “시기적으로 해당 여당 인사를 만난 시점은 지난해 9월과 12월로 문제의 사건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거나 첩보가 이첩되기 이전이며, 대화 내용도 인권 경찰 등의 내용이 주된 화두였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삼계탕 음식점 업주가 동석하는 바람에 삼계탕이 주된 화제였다”면서 “연결이 안 되는 조각들을 억지로 꿰맞추어 ‘수사 와중 만남’이나 ‘본격수사 이전 만남’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억지”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황운하 대립

김기현 황운하 대립

그는 부패 비리에 대해 원칙대로 수사할 뿐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황 청장은 “‘매일 생한불매향(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자세로 살아왔다”면서 “그 대상이 야당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정치경찰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구나 (한국당의) 표현방식이 지나치게 거칠어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면서 “앞으로 흔들림 없이,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공명정대한 수사를 하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맺었다.

다만 황 청장은 최근 불거진 ‘부적격 수사관’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시장 동생 사건을 담당했던 한 수사관이 3년 전 시장 비서실장의 형을 찾아가 “일이 잘 안 되면 시장 동생은 물론 비서실장인 당신 동생도 힘들어지니, 일이 잘 해결되도록 동생에게 잘 말해달라”고 협박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경찰은 수사 공정성에 대한 시비의 소지를 없애고자 해당 수사관을 수사팀에서 제외한 상태다. 하지만 부적격 수사관을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울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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