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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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 어느 도시를 가 보아도 노점상없는 곳은 없다. 파리처럼 우아하고 격조 높은 도시에도 「마르셰 오 퓌스」로 불리는 노점상들이 있다. 「벼룩시장」이라는 곳이다. 그 이름엔 유래가 있다.
누렇게 바랜 여자 속옷에서부터 헌 침대, 가발, 해진양말, 찌그러진 카메라 등 별의별 고물딱지들이 다나와 있는 이 노점상들에선 벼룩이 뛰어다닐 정도다.
무려 3천개도 더 되는 노점상들은 세상에 나와 있는 물건은 뭣이든지 다 벌여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파리를 찾는 세계의 관광객들은 구경 삼아서라도 여기만은 잊지않고 찾는다. 그만큼 세계의 명소가 되었다.
물론 프랑스 사람들은 그곳을 자랑해마지 않는다. 관광안내책자마다 빼놓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
1920년「로멩·베르네종」이라는 지주가 센강 북쪽 빈터에 판자집같은 점포를 지어 임대한 것이 그 시초였다. 70년 가까이 지나도록 이곳은 철거되거나 때려부수어지지 않고 오늘까지도 건재해 있다. 임대료도 1평방m에 2프랑, 우리돈으로 2백50원정도다. 파리시는 청소비 명목으로 그 자릿세를 받는다. 물론 누가 어디 자리 잡았다고 권리금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의 노점상들과는 모든 것이 대조를 이룬다. 한때는 노점상들이 무지막지한 단속반의 몽둥이에 이리저리 쫓겨다니더니 요즘은 그 노점상들이 좇기다 못해 데모로 대항하고 있다. 경찰은 사과탄을 던져 해산시켰다. 딱한 노릇은 생계수단의 전부인 포장마차나 리어카 노점을 불문곡직하고 집어치우라고 밀어붙이니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올림픽 환경정리한다고 그 수난을 당하는데, 당국은 이들과 숨바꼭질을 할 것이 아니라 무슨수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남보기 좋은 모양의 노점모델을 만들어서 실비로 나누어 주고 장소도 어디 한군데 잡아주면 될것 아닌가. 포장마차도 마찬가지다.
위생적인 시설과 볼품을 갖추게 해 야시장의명물로 만들면 도리어 외국사람들도 좋은 고객이 될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우격다짐이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이제 내다버릴때가 되었다. 노점상들 쪽에서도 막무가내로 옛날식 노점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명물이 될수있는 궁리를 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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