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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우릴 때리면 숨지 않겠다" 결국 터진 미·중 무역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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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일보 해외판이 온라인에 게재한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일러스트. [인민일보해외판 캡처]

중국 인민일보 해외판이 온라인에 게재한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일러스트. [인민일보해외판 캡처]

중국 상무부가 23일 3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전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소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중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맞대응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와 함께 다음 주 양제츠(楊潔篪) 정치국 위원을 미국에 보내 협상 채널도 가동하면서 반격과 타협 이중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산 수입품 7종류 128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리스트 발표

이날 주미 중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고 “미국이 굳이 전쟁하겠다면 우리도 끝까지 가겠다”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 합법적인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가 23일 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대미 보복관세 내역. [중국 상무부 웹사이트]

중국 상무부가 23일 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대미 보복관세 내역. [중국 상무부 웹사이트]

트럼프의 선공에 중국의 대응은 빨랐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오전 미국산 수입품 7종류 128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리스트를 발표했다. 2017년 통계를 근거로 30억 달러(약 3조24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120개 품목으로 이뤄진 제1 부문은 9억7700만 달러(1조550억원) 규모로 과일·견과류·와인·알코올제품·서양 인삼·무봉강관 등으로 15% 추가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두 번째 부문은 19억9200만 달러(2조1500억원) 규모의 8개 품목 돼지고기 및 폐알루미늄 제품으로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상무부는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강철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한 것은 사실상 세이프가드 조치”라며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장조치협정’에 근거해 양허 중지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중이 정해진 시간 안에 무역 보상 합의를 달성할 수 없다면 중국은 제1 부분 품목에 대한 조처에 나서겠다”며 “미국의 이번 조처가 중국에 끼치는 영향을 추가로 평가한 뒤 제2 부문에 대해 조처를 할 것”이라며 미국과 협상 진전에 따라 단계적 조처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은 끝까지 갈 것“이라고 결연한 대응 의지를 밝힌 주미 중국 대사관 웹사이트의 성명. [주미 중국대사관 웹사이트]

’중국은 끝까지 갈 것“이라고 결연한 대응 의지를 밝힌 주미 중국 대사관 웹사이트의 성명. [주미 중국대사관 웹사이트]

추이톈카이(崔天凯) 주미대사는 중국국제방송(CGTN) 인터뷰에 출연해 “남이 강하게 나온다면 우리 역시 강하게 나갈 것”이라며 “누가 끝까지 버티는지 보라”고 자신했다. 추이 대사는 “중국은 끝까지 갈 것”이라면서도 “미·중 양국 정상은 줄곧 직접 소통해왔다. 미·중 양국 관계의 중요성은 최고위층의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혀 양국 간 소통 채널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사이트]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사이트]

중국 매체의 ‘말 폭탄’ 수위도 올라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미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만일 우리를 때린다면 우리는 첫째 두렵지도 않고 둘째 숨지도 않겠다”며 비외교적인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환구시보도 23일 사설에서 “교만한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驕兵必敗)”면서 “무역 전쟁에서 최후에 공격 못 하는 쪽은 정치적으로 못 견디는 쪽”이라고 강조했다. 중간선거와 차기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무역 전쟁의 피해를 끝내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은 백기를 들지 않고 투우사의 붉은 천을 들 것”이라며 전면적인 무역 전쟁을 고취했다.

하지만 막후에서는 미·중간 거래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선 “시진핑 주석을 무척 존경한다”며 “우리는 대단한 관계이며,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우리를 많이 돕고 있다”고 말했다. 임박한 북미 정상회담도 이번 관세 폭탄 부과의 고려 요인임을 밝힌 것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역시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매우 좋은 협력관계를 갖고 있으며 특히 북한에 대해 그렇다”며 “우리는 이 관계를 깨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양제츠 정치국 위원 카드를 내놨다. 양제츠 위원은 21일 발표된 당 기구 조정에서 중앙외사공작위원회 부주임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양 부주임은 23~24일 시 주석 특사 신분으로 최근 정권교체가 이뤄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녀온 뒤 다음 주 한국을 거쳐 미국을 긴급 방문한다. 지난달 초 방미에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워싱턴을 찾는 것은 그만큼 사안의 심각성을 반증한다. 이번 양회에서 부총리에 임명된 류허(劉鶴) 정치국 위원도 이달 초 워싱턴을 방문했다. 두 달 동안 정치국 위원이 미국을 세 차례 찾는 것은 미·중간 최고위급 협상 채널이 그만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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