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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연예] '그린로즈' 비운의 재벌 2세 이다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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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티셔츠에 청바지. 봄 햇살과 꼭 어울리는 차림의 이다해(22)는 인터뷰 내내 밝고 활달했다. 대답 끝마다 이어지는 웃음소리는 상대방까지 환하게 만들었다. 무속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끝내 신내림을 받는 초원(MBC '왕꽃선녀님')이나 사랑하는 남자가 살인누명을 쓰는 것을 지켜보는 비운의 재벌 2세 수아(SBS '그린로즈')와는 영 딴판이다.

"실제 성격은 쾌활한 편인데, 그동안 어두운 배역을 많이 맡았죠. 이젠 밝은 드라마를 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호주로 이민을 떠났던 이다해는 2001년 잠깐 귀국했다 참가한 미스춘향 선발대회에서 '진'으로 뽑히면서 연예계에 입문했다.

그의 재치와 끼는 '왕꽃선녀님'을 끝낸 뒤 출연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SBS '실제상황 토요일'의 '리얼로망스 연애편지'에선 남자 연예인들의 구애를 '즐기며' 받아넘겼고, MBC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에서는 '남자 앞에서 내숭 떠는 법'을 흔쾌히 공개했다.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미지 때문에 진짜 모습을 숨기기 싫거든요. 내 나이 또래 젊은 사람들은 다 그렇지 않나요?"

그는 첫 주연을 맡았던 '왕꽃선녀님'으로 '리틀 심은하'라는 별명을 얻었다. 단아한 외모가 심은하와 꼭 닮은꼴인데다, 신기가 들리면 목소리와 눈빛이 바뀌는 초원의 모습이 1994년작 MBC 드라마 'M'에서의 심은하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기분 좋죠. 그런 과분한 말을 듣게 돼 선배님한테 죄송스럽기도 하고요."

무속인이란 색다른 소재를 다룬 '왕꽃선녀님'은 신인급 연기자인 그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발광한다''총 쏜다' 등으로 적혀 있는 대본을 보고 그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마구 소리지르고 욕하는 장면을 찍으면서는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도 됐단다. "그래도 TV에 나온 모습을 보면 볼 만했다"며 스스로 만족스러워했다.

6개월이 넘는 일일드라마 강행군을 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연기에 목말랐나 보다. '왕꽃선녀님'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린로즈' 캐스팅 제의를 받고는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해 버렸다. 두 드라마 사이 쉴 틈이 이틀밖에 없어 가족들이 살고 있는 호주에도 다녀오지 못했고, 그를 스타로 키워준 MBC가 주말드라마 주인공을 맡아 달라며 '보은' 제안을 했지만 이도 들어주지 못했다.

"아직 연기가 부족하잖아요. 계속 대본 보고 연습하고, 감독님께 배우고, 맘에 안 들면 다시 촬영해 달라고 조르고 그래요." 그런 노력의 결과일까.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다"는 그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그린로즈' 시청률은 줄곧 상승세다. 방송 10회만에 시청률 20%를 넘겼고 연장방송까지 검토 중이다.

"다음 작품은 영화로 해보려고요. 방송 날짜에 쫓기지 않고 충분히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영화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가 영화 다음으로 해보고 싶은 건 공부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04학번으로 입학했지만 한 학기도 끝내지 못하고 휴학을 했다.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 휴학했어요. 촬영 때문에 수업을 빼먹으면서 대충 졸업하는 게 싫었거든요. 몇 작품 더 찍은 뒤 활동을 모두 접고 학교에 다닐 거예요."

글=이지영 기자<jylee@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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