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회의 북 참석자들 “북·미 정상회담 잘 되게 남측이 끝까지 노력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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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지난 20~21일 핀란드 헬싱키 북부 반타에서 열린 남·북·미 간 1.5트랙(반관반민·半官半民) 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남측(한국)이 끝까지(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22일 전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미국, 북한에서 각 6명씩 총 18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선 김준형 한동대 교수, 신각수 전 주일 대사 등이, 미국에선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대사와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대사 등이, 북한에선 대미 협상 책임자인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북측은 처음부터 최강일이 이번 회의에 외무성 산하의 미국연구소 부소장 자격으로 참가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가 북한 정부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고 미리 선을 그은 것이다.

한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북측 참석자들이 공식석상에서 아예 얘기를 하려고 하지 않더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잘될 것이다’ 정도로만 비공식 석상에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협상 전략 등이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측은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문제”라고만 말했다고 한다. 과거의 1.5트랙 접촉때처럼 핵 무력 완성을 과시하거나 핵을 실제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내걸 비핵화 조건과 핵 폐기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 이어지자 북측 인사들은 다소 곤혹스러워하는 인상이었다고 한다. 답변을 피하며 “(앞으로)위에서 (입장을)정할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회의 관계자는 “북측 인사들은 비핵화에 대해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거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언급을 피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 지도부가 아직 실무선까지 지침을 내려보내지 않은 것 같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 국적자들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고 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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