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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두 배로 추워서 ‘곱셈추위’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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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봄인가 싶더니 다시 추위가 찾아왔다. 인터넷에는 “곱셈추위인가요? 봄인가 했는데 다시 추워졌네요”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그러자 “곱셈추위? 농담하신 거죠?” “두 배로 춥다는 거죠?” “나눗셈 추위가 와야 좀 봄 같아질 거 같은데 곱셈추위 넘 싫네요 ㅋㅋ” 등의 댓글이 달렸다. ‘곱셈추위’라고 한 것에 대해 저마다 재미있게 토를 달았다.

아마도 남을 웃기려고 일부러 ‘곱셈추위’라 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혹 정말로 그렇게 알고 적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날이 따뜻해지다 갑자기 추워지니 두 배로 춥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곱셈추위’가 그럴듯도 하다. 하지만 알다시피 ‘꽃샘추위’가 바른말이다.

이맘때쯤인 3, 4월 약화됐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세력을 회복해 추위를 몰고 오면서 봄을 더디게 할 때 ‘꽃샘추위’라 한다. 풀어 보면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로 운치 있는 표현이다. 잎이 나오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라는 뜻으로 ‘잎샘추위’라고도 한다.

이런 추위를 중국에선 ‘춘한’(春寒), 일본에선 ‘하나비에’(花冷え)라 부른다. ‘춘한’은 글자 그대로 봄추위를 뜻한다. ‘하나비에’는 ‘꽃추위’ 정도로 ‘춘한’보다 비유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단순하긴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우리의 ‘꽃샘추위’는 추위를 의인화한 표현으로 시심(詩心)이 가득 배어 있는 말이다. 간혹 ‘꽃셈추위’란 표기도 눈에 띄는데 이 역시 ‘꽃샘추위’가 바른말이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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