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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금연 경고 그림’이라고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이빨과 잇몸이 녹아내리는 구강암 환자, 목에 큰 구멍이 뚫린 후두암 환자…. 2016년 12월 이후 담뱃갑에서 볼 수 있는 그림들이다. 담뱃갑 경고 그림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겐 금연 결심을, 흡연을 처음 시도하려는 사람에겐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 그림에 대해 금연 효과가 크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에는 “금연 경고 그림 과한가, 적절한가” “금연 경고 그림의 효과가 정말로 있는가” 등과 같은 글이 올라 있다.

글에는 유달리 ‘금연 경고 그림’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기엔 오류가 숨어 있다. ‘경고 그림’은 무언가를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그림을 뜻한다. 그런데 그 대상이 ‘금연’이 되면 ‘금연을 조심하라’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쳐야 할까. ‘금연’을 ‘흡연’으로 바꾸어 ‘흡연 경고 그림’이라고 하면 된다. 경고의 대상이 ‘흡연’이 되면 ‘흡연을 조심하라’는 뜻이 되므로 의미가 잘 통한다.

“길가에 ‘금연 경고판’이 붙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와 같은 표현도 간혹 있는데 이 역시 ‘흡연 경고판’이라고 해야 한다. ‘금연’이란 말을 꼭 쓰고 싶다면 ‘금연 표시판’으로 바꾸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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