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수백배 수익” … 가짜코인 피해 1년 새 39%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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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업체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집’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실체도 없는 가짜 암호화폐가 미끼였다. 여기에 미리 투자하면 신규 코인공개(ICO)를 통해 곧 수백 배에 이르는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광고했다. A업체는 서울 강남·대전·전주 등에서 대규모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참석자 대부분은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50~60대 고령층이었다. 업체 직원은 “암호화폐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고 새로운 형태의 암호화폐이기 때문에 시세가 절대로 떨어지지 않아 원금 손실 위험이 없다”라고 참석자를 속였다.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면 실적 수당을 준다는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긁어모았다. 이 기간 5700여명이 총 191억원을 뜯겼다.

다단계방식 사기 작년 453건 신고 #“너무 쉽게 고수익 약속 땐 의심을”

지난해 하반기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 상승으로 투자 열풍이 불면서 사기도 기승을 부렸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전화번호 1332)에 접수된 유사수신(인허가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금을 모으는 것) 관련 신고는 전년보다 38.5% 늘어난 712건을 기록했다. 그 중 암호화폐를 미끼로 피해를 봤다는 건수가 453건으로 63.6%에 달했다. 실제 인터넷에선 “적은 금액이지만 집에서 컴퓨터를 켜둔 동안엔 알아서 채굴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라며 다운로드를 시킨 뒤 다단계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법적 정의가 뚜렷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피해를 구제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경영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부국장은 “너무 쉽게 고수익을 준다는 곳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라며 “일반 은행 예·적금 금리를 초과하는 고수익과 원금을 보장한다면 일단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조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전체 신고 건수는 10만247건이다. 전년보다 1만7949건(15.2%) 감소했다. 2016년 11월부터 채권 추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불법 채권 추심 신고가 70.8% 감소(2465→719건)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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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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