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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파라치, 시행 하루 앞두고 연기 … 정부 “법령 준비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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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동물보호법에 정해진 반려견 안전수칙을 위반한 개주인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일명 ‘펫파라치’제도가 시행을 하루 앞두고 잠정 미뤄졌다. 관련 제도와 법령 준비가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려견 관련 정책은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포상금이 걸리면서 개를 기르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도 쏠린다. 그런데도 정부가 올 1월 ‘펫파라치 3월 시행’을 예고한 지 두 달만에 방침을 바꾸면서 혼란이 예상된다.

1년전 법 통과, 시행령도 갖췄지만 #세부 현장 지침 미처 확정하지 못해

정부는 지난해 3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면서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2일부터 펫파라치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장소에서 반려견 목줄을 미착용하거나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 ▶현행법상 맹견(도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에게 입마개를 씌우지 않은 경우 ▶동물 등록을 하지 않거나 했는데도 인식표를 미착용한 경우가 개정 시행되는 동물보호법(제41조2)에 명시된 신고 대상이다.

20일 관보에 실린 동물보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에 따르면 펫파라치가 받는 포상금 액수는 과태료(5만~60만원)의 20% 선인 1만~10만원이다. 신고한 개와 주인의 누적 적발 횟수에 따라 해당 신고 건에 책정하는 포상금 액수가 달라진다. 시행령은 신고 과열로 인한 갈등 발생을 막기 위해 1인당 신고 횟수를 연 20회로 제한하는 내용도 담았다.

1년 전에 법이 통과됐고 대통령이 정하는 하위 시행령까지 갖췄는데도 정부가 시행을 미룬 이유는 세부 현장 지침을 미처 확정하지 못해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담당자는 20일 “시행령의 하위법인 시행규칙과 장관 고시 내용이 아직 공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입법부가 정한 법 시행 시점을 행정부가 맞추지 못해 제도가 연기됐다는 뜻이다. 동물복지법에는 펫파라치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예산의 범위에서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수 있다’는 표현은 의무조항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게 농식품부 측 설명이다.

이번 펫파라치와 목줄 미착용 과태료 상향은 정부가 올 초 ‘반려견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할 때 맨 처음 시행하겠다고 공언한 정책이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한식당 대표가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대대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맹견 범위 확대(3종→8종), 목줄 길이 제한(2m 이내), 맹견이 아닌 대형견 입마개 착용 의무화, 위반 맹견 과태료 상향 조정(최고 300만원) 등을 2021년까지 지속적으로 단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애견협회 등에서 규제 반대 움직임이 거세게 일면서 정책 추진은 난항을 겪었다. 반려견 사고를 강력 예방하겠다던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주춤한 이유다. 펫파라치 제도 운영에 따른 혼란은 일찍이 예견됐다.

신고를 접수하게 될 각 지자체들은 관련 예산과 운영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정책 홍보가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온라인 애견까페인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cafe.naver.com/dogpalza)’에는 “꾸준히 펫파라치 관련 문의가 올라오지만 잘못 알거나 아예 내용을 모르는 반려인이 많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위법령 마련부터 본격 시행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혜원 건국대 3R 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은 “동물등록 여부는 타인이 알고 신고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낯선 사람이 보호자의 인적사항을 쫓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펫파라치 신고 시에는 개 주인의 주소나 휴대폰번호 등 인적사항을 함께 확보해 신고해야 한다. 견주를 확인해 과태료를 물리지 못하면 포상금도 받을 수 없다.

◆펫파라치

신고 포상금을 목적으로 반려동물과 주인을 감시해 사진·동영상 등을 촬영하는 사람. 반려동물을 뜻하는 영어 단어 ‘펫(Pet)’과 금전적 이득을 위해 남을 뒤쫓는 사진사를 일컫는 ‘파파라치(Paparrazi)’의 합성어다. 일부에서는 개파라치라고도 부른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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