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파일] 야하다! 그 미끼에 걸린 의외의 낚싯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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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본능2'(30일 개봉.감독 마이클 카튼 존스)는 샤론 스톤을 세계적인 섹시 스타로 만든 전편(1992년)의 명성에 기대는 영화다. 원초적 매력을 지닌 범죄소설 작가 캐서린(샤론 스톤)이 지능적인 살인범의 혐의를 받는다는 설정이 전편과 같다. 대신 공간은 미국에서 영국으로, 그 매력의 핵심적인 희생자는 형사에서 정신과 의사 마이클(데이빗 모리시)로 바뀌었다.

이 영화만 떼어 놓고 보면 일부 노출 장면을 곁들인 범죄 스릴러로 봐줄만하다. 아쉽게도 '형만 한 아우'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편이 캐서린의 도발적인 매력과 범인 추적의 심리 스릴러 사이에서 비교적 절묘한 균형을 잡았던 반면, 속편은 양쪽 다 조금씩 모자란다. 극중 샤론 스톤은 48세로는 보기 힘든 외모를 과시하지만, 그렇다고 14년 전과 같은 강렬함을 뿜어내지도 않는다. 제법 공들여 쌓아올린 반전의 장치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남녀를 불문하고 남의 마음을 사로잡는 캐서린의 능력을 전가의 보도처럼 너무 휘두르는 듯 보인다. 상대역의 매력이 전편의 복잡다단한 마이클 더글러스에 못 미치는 것도 이 영화를 캐서린의 일방적인 게임으로 만들어버리는 요소다. 참고로, 샤론 스톤을 제외한 주요배역과 감독은 전작과 다르다.

스크린에 넘쳐나는 살색의 양으로 보면, 흔히 예술영화로 분류하는'흔들리는 구름'(31일 개봉.감독 차이밍량)이 훨씬 압도적이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관객에게는 극중 포르노를 찍는 첫 장면부터 퍽 낯뜨거울 수 있다. 신체 부위 대신 수박의 속살을 헤집는 장면이 오히려 선정적인 데서 보듯, 이 영화는 직설화법보다 강렬한 은유법을 구사한다. 극심한 물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대만을 무대로 한 영화 전체가 소통 불능의 현대인에 대한 빼어난 은유다.

포르노 배우 샤오캉(리캉성)과 그의 직업을 모르는 여자 싱차이(양구이메이)는 같은 건물 안에서 각각 갈증에 시달리면서 스쳐가듯 만남을 이어간다. 포르노, 즉 상품으로서의 성(性)은 이 영화에서 황폐한 내면을 상징하는 도구다. 샤오캉은 상대 여배우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촬영을 강행해야 하는 무자비한 직업이면서도, 정작 원하는 여자와의 사랑에서는 불능의 상황을 겪는다.

이런 메마른 성이 주는 울적한 느낌은 영화 곳곳에 마치 중간광고처럼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과 대비된다. 원색의 소품과 할리우드 코미디 뮤지컬풍의 경쾌한 춤과 노래는 현실과 꿈의 거리를 강조한다. 차이밍량은 자국 영화산업이 고사 직전의 상태에서도 해외영화제를 무대로 꾸준히 신작을 만들어온 대만감독이다. 포르노와 뮤지컬을 짝지우는 이 대담한 영화는 그가 우울한 현실에 기죽기는커녕 자기만의 걸음을 성큼 내딛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가 2분여를 삭제해 18세로 개봉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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