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 미관에 세대 차 뚜 렷|전국 유권자 천명 전화여론조사 중앙 SV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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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일문제나 미국을 보는 시각 등 안보와 관련된 정점에서 세대간 견해차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사가 부설 여론조사기관인 중앙 SVP에 의뢰해 5월31일부터 이틀간 1천명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일부대학생들이 남북한 학생회담을 추진하는 등 통일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데 대해 20대에서는 45.66%가「긍정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고 응답한 반면 50대 이상은 39.5%가「위험한 생각이므로 만류해야 한다」는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대학생들의 통일논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나이가 많을수록(30대 30.3%, 40대 24.3%, 50대 이상 13%) 낮아지고 있는 반면 부정적인 시각은 나이가 적을수록(40대 30.2%, 30대 19.3%, 20대 6.7%)확연히 낮았다.
반면 학생들의 이 같은 주장이나 행동이 순수한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나 아직은 시기상조로 생각하는 태도는 비교적 세대간 고르게 분포(20대 46.3%, 30대 42.1%, 40대 34.7%, 50대 이상 31.5%)되어 각 세대의 중간입장에 선 사람들이「학생들의 뜻은 인정하나 아직은 때 이른 행동」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간입장의 사람을 긍정적인 시각에 포함시킬 것이냐 혹은 부정적 시각 속에 넣을 것이냐 여부에 따라 전체적인 해석이 달라질 여지는 있으나 일단「때가 이르다」고 보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선 부정적인 시각 쪽에 기운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한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 통일정책 수립 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을 보는 시각에서도 세대 차가 뚜렷했다.
40대(41.1%)와 50대 이상(43.3%)은 미국을 전통적인 우방으로 보는 친미주의가 다수를 형성하고 있으나 20대(51.5%), 30대(42.1%)에서는「미국은 자기이익과 일치할 때만 우호적이었다」는 현실주의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20대의 경우에는 친미주의관점(18.1%) 보다 「미국이 자기나라 이익을 위해 우리나라를 희생시켜 왔다」는 반 미주의적인 태도가 더 다수(25.6%)를 이루고 있음이 주목된다.
이같이 안보와 관련된 쟁점에서 세대간 의경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6·25의 체험여부와 최근까지 대학가에 유행되고 있는 종속이론, 광주사태 때 미국역할에 대한 부정적 견해 등의 영향에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논의의 주도는 정부가 해야 한다는 의견(37.6%)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여-야 정당(22.8%), 민간사회단체(12.2%)순 이었다.
이를 보면 앞으로 정부가 여-야와 협의하여 통일방안을 수립하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해석해야 될 것 같다.
작년8월 같은 내용의 본사 조사에서 △정부(42.7%) △사회단체(17.5%) △여-야 정당(14.4%)순 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정부와 사회단체가 낮아진 반면 정당의 비중이 뚜렷이 높아졌다.
이는 지난 총 선에서 야권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데다 야권에서 활발한 통일논의가 전개되고 있는데 영향을 받은 듯 하다.
앞으로 국회특위에서 광주사태나 5공화국비리조사 때 정국의「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전 전대통령에 대한 조사여부 및 방법에 대해서는 직접 출석(40.5%)시키든 가, 간접형식(27.1%)을 통해서라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67.6%를 점해 조사대상에 성역이 없다는 의견이 과반수를 넘었다.
다만 40대 이상에서는「전직대통령 예우로 주변인물조사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40대 22.88%, 50대 19.33%)이 20대(7.4%) 30대(11. 4%)보다 많았다.
노태우 대통령이 공약했던 중간평가문제에 대해서는「재 신임을 물을 필요가 없다」는 사람은 나이가 많을수록(20대 10.7%, 30대 16.6%, 40대 29.7%, 50대 29%)많았으며, 국민투표에 의한 재 신임은 20대(38.5%)가 가장 많았으며 국회에서의 신임투표는 20대(22.2%)와 30대(22.4%)가 비슷했다.
13대 국회가 출범된 후 정국전반에 대해서는「지금보다 안정될 것」(32%)이라는 의견과「더 불안해질 것」(32.7%)이라는 의견이 엇비슷하게 나와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혼란으로까지 갈 것으로 본 사람은 4.9%에 불과해 전체적으로 볼 때 불안은 하지만 파국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경향이다.

<조사방법>
이번 조사는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1천명을 전화번호부에서 표본 추출하여 전화 인터뷰로 실시됐다.
연령별로는 △20대 27% △30대 29% △40대 20·2% △50대 이상 23.8%이었으며 지역별 인구비례도 반영했다.
다만 전학소유가구 유권자만을 조사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응답결과가 어느 정도 중산층 여론에 편향돼 있다.
오차의 한계는 3%내외로 신뢰도는 95%수준. <문창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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