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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교육비 또 최고치 … “공교육 살리겠다”는 공약 어디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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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과도한 입시경쟁과 사교육비가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며 “사교육비를 줄일 획기적 대책을 만들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수능 절대평가가 오락가락하고, 고교 입시 개편 등 정권 교체기에 여러 정책이 혼선을 빚으면서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교육정책에 불안감을 느낀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려간 것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어제 내놓은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니 그렇다. 학생 1인당 월평균 27만1000원을 지출해 정부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7년(22만2000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사교육 총액도 18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가 2.7%나 감소했는데 사교육비는 불어난 것이다. 소득별 양극화도 극심했다. 월 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45만5000원)는 200만원 미만(9만3000원)의 4.9배에 이르렀다. “돈도 실력”이라는 수저 계급론이 고착화하는 듯하다.

이런 망국적 병폐의 제일 원인이 공교육 붕괴에 있다는 건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학생들도 그걸 꼬집었다. 10명 중 9명이 수업 보충과 심화학습을 위해 교과목 과외, 취미·재능 계발을 위해 예체능 사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수준·적성별 맞춤 공부가 안 되니 학교에선 잠이나 자다 학원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교육부는 여전히 땜질 처방에 급급하다. 수업 강화와 예체능 활동 확대, 상담 내실화 같은 모호한 대책이 고작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일 필요가 있다. ‘공교육 살리기’를 국가 어젠다로 세워 입시의 투명성·객관성·연속성부터 확립해야 한다. 사교육 종착역이 입시이기 때문이다. 그다음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살리기 범정부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한다. 교육부에만 맡겨 놓으면 임기 내내 사교육비가 최고치를 경신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