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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의 '1인2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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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급제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한다. 실제로 순천시는 8급 공무원 5호봉 수준인 2226만원으로 보수를 정했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이라는 차이가 있으나 서울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방의원들의 보수가 현재보다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가려져 있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방의원의 겸직 문제다. 지방자치법 제33조는 국회의원.공무원.정부투자기관의 임직원이 지방의원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개인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면서도 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대학교수도 양쪽에서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지방의원이 명예직일 때는 이것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의원직이 '봉사'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급제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전업(專業) 정치인으로서 의회라는 일터에서 충실히 일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금 등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봉급도 주지 못하는 열악한 재정상태에 있는 시.군.구청도 의원 보수를 올리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들이 사익(私益)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건설업체 대표가 건설위원회 위원이 되고, 재건축조합장이 도시관리위원회 위원이 된다고 생각해 보자. 실제로 경남도 의회의 경우 46명의 의원 중 6명이 직무와 관련된 상임위원회에 배치돼 있다. 서울시내 한 구청의 관계자는 "지방의원이 운영 중인 건설회사가 지난 몇 년간 큰돈을 벌었다"고 말한다. 구청 업무에 대한 감사와 조례를 제.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이용해 관급 공사 입찰 등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지방의원이 다 그러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을 제외한 횡령.뇌물.특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방의원이 2002년 7월 이후 152명이나 된다.

이제 지방의원이 자신의 이익이나 영리단체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 주민의 이익만 생각하며 일하도록 겸직 제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농.수.축협의 임직원은 안 되고 새마을금고.신협의 임직원은 괜찮다는 것은 모순이다. 교수나 국회의원 보좌관이 지방의원에 당선될 경우 휴직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1인2역은 연극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특정 직업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무조건 막는 것은 참정권이나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상임위원회를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변호사가 법사위원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되는 등 국회의원도 6월부터 소관 상임위 직무와 관련된 영리행위를 하지 못한다.

김상우 사회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