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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 알아본 엄마 덕에 발명특허 낸 중 1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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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3)

15년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창출·보호·활용을 도운 변리사. 변리사 연수원에서 변리사 대상 특허 실무를 지도했다. 지적재산은 특허로 내놓으면 평생 도움이 되는 소중한 노후자금이자, 내 가족을 위한 자산이 된다. 직장과 일상에서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자신만의 특허로 내기 위한 방법을 안내한다. 특허를 내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아이디어 많으신 분들 특허 부자 되시기 바란다. <편집자>

10년 전쯤의 일이다. 초등학교 5학년쯤 되는 학생이 엄마 손을 잡고 특허 상담을 받으러 왔다. 아이가 엄마에게 우연히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했고, 그 아이디어에 대해 특허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러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특허 사무소를 방문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특허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대부분 성인이었고, 특히나 아이를 데리고 엄마가 특허 사무소를 찾는 경우는 흔치 않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디어는 매우 간단했다. 자동차 트렁크에 비치된 차량용 비상 삼각대에 관한 아이디어였다. 아이는 내게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2차사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차량 뒤에 삼각대 등을 설치해 뒤에 오는 차량에 사고 상황을 알려야한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2차사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차량 뒤에 삼각대 등을 설치해 뒤에 오는 차량에 사고 상황을 알려야한다. [사진 교통안전공단]

“고속도로에서 아빠 차가 고장이 났는데요. 아빠가 고속도로에서 비상 삼각대를 설치하러 차 뒤로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위험해 보였어요. 차들이 너무 빨리 달렸거든요. 그래서 걸어가지 않고 멀리까지 던져서 비상삼각대를 설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와 함께 특허 상담받으러 온 초등 5년생 

참 기특하면서도 귀여운 생각이다. 아이의 엄마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인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물었다.

필자: 참 좋은 생각을 했구나. 그런데 삼각대를 던지면 부서지지 않겠니? 좀 위험할 것 같기도 한데….

아이: 혹시 공연 관람할 때 손목에 차는 불 들어오는 빨대같이 생긴 팔찌 아세요? 그걸로 피라미드 모양이나 공 모양으로 만들면 될 것 같아요.

필자: 좋은 생각이구나, 그런데 만약 던졌는데 잘못 던져서 원하는 곳에 떨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아이: 다시 던지면 되죠. 아, 다시 던지기 위해 안전하게 가져오려면 잡아당겨서 가져올 수 있게 긴 줄을 묶어두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줄을 이용해서 조금만 당기면 원하는 곳으로 옮겨 놓을 수도 있고요.

필자: 그렇구나.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차 뒤쪽으로 200m 정도 거리에 삼각대를 설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른이라도 그렇게 멀리 던지기는 힘들지 않을까?

아이: 음. 석궁 같은 발사대를 이용해서 쏘면 되지 않을까요?

아이는 필자의 질문에 조금씩 자기 생각을 보태고, 결국 아이의 작은 아이디어는 피라미드 형상의 비상 삼각대 발사체로 햇빛을 보았다. 아이와 엄마가 상담을 마치고 돌아간 후 선행기술조사를 해보니 유사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고 특허 등록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에 아이 엄마는 아이의 이름으로 특허출원을 요청했고 이후 특허청 심사를 거쳐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특허등록이 완료되었다. 그 아이는 중1에 특허권자가 된 것이다.

아이들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지나치지 않고 발명 상담 과정을 통해 생각을 구체화하고 발명을 완성한다면 나이가 어려도 충분히 특허권자가 될 수 있다. [사진 pixabay]

아이들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지나치지 않고 발명 상담 과정을 통해 생각을 구체화하고 발명을 완성한다면 나이가 어려도 충분히 특허권자가 될 수 있다. [사진 pixabay]

흔히들 나이 어린 학생은 특허를 받을 만한 발명을 스스로 완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험이 적기 때문에 성인보다는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아이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갖는 장점만을 생각하고 단점은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 아이디어가 갖는 문제점을 지적해주면 아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곧잘 생각해낸다.

위 사례에서 아이 엄마는 처음 아이의 생각을 듣고 나서 가볍게 웃어넘기거나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다듬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 아이의 창의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았다. 그리고 발명 상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기 생각을 구체화하고 발명을 완성해 특허권자가 된 것이다.

이번에는 다른 사례를 보자. 필자는 약 6~7년 전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년 남성의 특허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조금은 기운 없고 자신감도 없어 보이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이다. 그는 마치 초등학교 입학식에 엄마와 함께 첫 등교를 하는 아이처럼 약간은 불안한 표정으로 아내와 함께 특허 사무소를 찾았다.

발명 내용을 묻자 그분은 별다른 말씀 없이 약간은 수줍게 2번 정도 접힌 메모지를 내게 꺼내 보였다. 종이 안에 아이디어가 적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종이를 펼쳤는데, 종이에는 아무 내용도 적혀 있지 않았다. 어떤 아이디어인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단지 그뿐이었다. 어디에 쓸지 막연했으며, 그런 배터리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도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무엇보다도 배터리를 접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 요소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갖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당시는 스마트 폰의 대중화 초기 단계였으며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스마트 폰으로 동영상을 즐겨보지도 않아 스마트 폰 화면이 지금처럼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 폰의 화면 크기가 중요한 제품 경쟁력이고, 화면 크기를 더욱 키우면서도 휴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접을 수 있는 스마트 폰 시장 출시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접는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X [사진 동방일보 홈페이지]

접는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X [사진 동방일보 홈페이지]

이제 접을 수 있는 스마트 폰(foldable smartphone)이 머지않아 출시된다고 하니 만약 그가 당시 좀 더 관심 있게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특허를 받았다면, 지금쯤 대기업의 스마트폰 개발 담당자와 기술 미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의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어린아이라도 주변의 도움과 격려를 통해 발명할 수 있으며 특허권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학생은 비용을 들여 딴 특허권을 어떻게 활용했을까? 우선 아이는 중1 때 받아둔 특허증을 통해 자신의 창의성을 증명해 보였고, 명문대 공대에 진학했다. 대학에 진학한 후 군대에 갔을 때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특허등록 이후 특허 유지료를 1년에 한 번씩 특허청에 납부해야 하는데, 학생이 대학에 진학했으니 이제는 특허를 유지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는 문의였다.

자녀 특허권, 부모의 재산 증여에 활용 

이에 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어머니 아이가 대학 입시를 목표로 그 어린 나이에 발명해낸 것이 아니니, 대학 입시가 끝났다고 특허권을 소멸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듯합니다. 나중에 사회에 나가 그 특허를 가지고 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기업체 취업 시 긍정적인 평가 요인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중에 학생이 더 성장해 부모 재산을 자제분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해야 할 때가 되면, 증여나 상속보다는 부모가 자제분의 특허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고 넘겨받는 것은 어떨까요?"

증여세나 상속세는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필자의 위와 같은 조언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특허를 이용한 다양한 절세 전략은 나중에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위와 같은 이유에서 필자는 평소 자녀가 있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자녀의 창의성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가능하다면 자녀가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길 권한다.

부모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아이가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훗날 입시, 취업, 상속의 시점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진 freepik]

부모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아이가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훗날 입시, 취업, 상속의 시점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진 freepik]

물론 창의성이 남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아이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도 학생 시절에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 변리사가 된 이후에 가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발명을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지만, 생활 속의 불편함을 일깨워주며 자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자극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녀에게 선물한 특허는 입시, 취업, 상속의 시점에 자녀와 부모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허를 이용해서 꼭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itmsnmd@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www.joongang.co.kr/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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