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프로 여전히 교양이 오락에 밀린다|서머타임때 개편하나마나…구태 못 벗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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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근 KBS·MBC두 TV의 방송내용이 시의성이 없고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있다.
이는 특히 5월 들어 서머타임실시와 함께 두 TV가 프로를 개편했으나 교양프로를 심야시간대로 밀어내는등 오락프로 우대현상이 여전하고 이달의 사회적 쟁점인 광주사태 등을 TV가 외면하고 있다는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해 6.29를 전후해 사회적 공기로서 TV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많은 토론프로들이 생겨났으나 최근 들어 이들 TV토론프로들이 여론을 반영하고 전망을 제시하기보다 이미 신문지상등을 통해 논의된 사항을 뒤따라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광주사태·5공화국 권력형비리·반미감정등의 핵심적인 사항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어 TV와 대다수 시청자들 사이에 인식의 괴리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TV토론의 내용도 『…이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라는 예정된 결론의 재반복에 머무른채 쟁점의 원인규명이 부족하며 또한 출연자선정도 여전히 의원·학자등 일부계층에 국한된 채 「양심수 석방문제」등 그때그때 제목만 그럴듯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도 고쳐야할 사항이다.
이와 함께 한때 노대통령이 『나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도 좋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풍자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됐던 TV코미디의 경우도 최근 들어 몇 개의 유행어 남발에 더 치중한채 그 내용이 비록 정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할지라도 절실한 현실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막연히 「대머리」등의 단어를 자의적으로 대사에 삽입할 뿐 풍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최근 「회장님…」코너보다 「쓰리랑 부부」「도시의 천사들」등 시끄러운 고함과 어설픈 동작을 위주로 한 코미디가 인기를 끈다. 이는 TV가 정치풍자 코미디에 대해 스스로 노력을 하지않아 시청자들의 기호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TV가 코미디에 대한 시청자의 의식을 「웃고 즐기는」쪽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최근 K-1TV의 일요 뉴스프로인 『동서남북』이 서울대의 5월제를 취재, 이를 방영하려 했으나 대학가의 진보적 인식이 안방에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방영이 좌절된 사례도 있다.
이는 TV 스스로가 시청자들로부터 다시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면에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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