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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보트’ 타고온 시각장애 소녀 … 선수들 꿈도 날아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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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장애인 스포츠축제 개회식 

시각장애인 소녀 이소정양(오른쪽)이 파라보트를 타고 비상하는 모습. 파라보트는 스키·스노보드 등 6개 종목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장진영 기자]

시각장애인 소녀 이소정양(오른쪽)이 파라보트를 타고 비상하는 모습. 파라보트는 스키·스노보드 등 6개 종목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장진영 기자]

눈과 추위도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장애는 없다, 열정이 있을 뿐 #49개국 선수 570명 참가 역대 최대 #추위 속 휠체어 밀며 힘차게 입장 #120분 펼쳐진 열광의 무대 #조수미 ‘평창, 이곳에 하나로’ 열창 #강원래의 클론, 소향도 축하공연 #감동의 깜짝 성화주자 #휠체어컬링 스킵 서순석 선수 #‘안경 선배’ 김은정과 최종 점화

전 세계 장애인들의 겨울스포츠 축제인 평창 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평창패럴림픽은 1988년 서울 여름패럴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9개국 57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바이애슬론과 스노보드·아이스하키·알파인스키·크로스컨트리·휠체어컬링 등 6개 종목에 걸린 금메달은 80개다. 이날 개회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 등 국내외 귀빈과 3만50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를 주제로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개회식은 다채로운 공연과 개성 넘치는 각국 선수단 입장에 이어 성화 점화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의수의족 장애인 신명진씨가 큰북을 두드리면서 시작된 개회식은 시각장애인 소녀 이소정양이 무대에 등장한 뒤 꿈을 상징하는 파라보트를 타고 비상하면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세계인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파라보트는 스키·스노보드·휠체어컬링 등 6개 종목의 장비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기대를 모았던 성화 점화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여자 컬링대표팀의 스킵 김은정(28)과 평창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대표팀 스킵 서순석(47)이 함께 맡았다.

이번 대회에는 북한이 와일드카드를 받아 처음으로 겨울패럴림픽에 2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북한은 또 18명의 선수단 임원과 4명의 참관 선수를 파견했다. 당초 한국대표팀은 개회식에서 북한대표팀과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려고 했지만 북한이 ‘한반도기에 독도 표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남북선수단은 이날 개회식에서 따로 입장했다. 한글 가나다순에 따라 그리스가 첫 번째로 입장한 가운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북한은 34번째로 경기장에 들어왔다. 북한의 노르딕스키 선수 김정현(18)이 인공기를 들고 앞장섰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여자 컬링대표팀의 스킵 ‘안경 선배’ 김은정(뒤)과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스킵 서순석이 함께 평창패럴림픽 성화 점화를 맡았다. [장진영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여자 컬링대표팀의 스킵 ‘안경 선배’ 김은정(뒤)과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스킵 서순석이 함께 평창패럴림픽 성화 점화를 맡았다. [장진영 기자]

개최국 한국은 맨 마지막인 49번째에 태극기를 들고 입장했다. 조선시대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제작된 성화대에 성화가 점화된 뒤엔 소프라노 조수미와 가수 소향이 대회 주제가 ‘평창, 이곳에 하나로’를 열창해 평창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또 구준엽과 2000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강원래로 구성된 가수 클론이 무대에 올라 ‘쿵따리 샤바라’를 부르며 축하공연을 펼쳤다.

이날 개회식을 앞두고 평창패럴림픽조직위원회는 ‘눈과 추위와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7일 밤부터 8일 오전까지 평창 지역에는 10㎝ 안팎의 큰 눈이 내렸다.

조직위원회는 8일 오후부터 9일 오전까지 조직위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1000여 명을 제설작업에 동원했다. 군부대 장병 600명도 투입돼 경기장 주변과 좌석에 쌓인 눈을 치웠다. 개회식이 열린 9일 오후엔 추위도 누그러진 편이었다. 이날 오후 기온은 영하 4도였고 우려했던 세찬 바람도 불지 않았다. 송헌석 조직위 보도지원부장은 “예상보다 눈의 양이 적어 낮 12시 전에 제설작업을 완료했다. 추위도 생각했던 것보다 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관객들에게 올림픽 때와 똑같은 방한 용구를 지급했다.

그러나 정작 패럴림픽 기간엔 추위보다 포근한 날씨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경기장의 눈이 녹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10일 이후부터는 기온이 크게 올라 영상 7~1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눈이 녹아 질척해질 경우엔 선수들이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선 선수들이 눈과 물이 섞인 코스를 누벼야 했다. 조직위도 이에 대비해 여유 있게 인공눈을 만들었다. 추위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초부터 작업을 진행해 충분한 눈을 비축해 뒀다.

평창=김효경·김지한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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