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남북 공동입장’ 무산 위기 … 한반도기 독도 표기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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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반도기 ‘독도 표기’ 이견으로 패럴림픽 남북 공동입장이 무산 위기다. 사진은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공동입장하는 남과 북. [연합뉴스]

한반도기 ‘독도 표기’ 이견으로 패럴림픽 남북 공동입장이 무산 위기다. 사진은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공동입장하는 남과 북. [연합뉴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막식에선 남북 선수단의 공동입장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한민족 자존심 독도 넣어야” #패럴림픽위 “디자인 변경 안된다” #정부, 오늘 오전까지 북 설득키로

대한장애인체육회는 8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 열리는 패럴림픽 개회식 남북 공동 입장이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당초 남북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9일 오후 8시 열리는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개회식 전날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하는 문제를 놓고 북한과 IPC 사이에 이견이 발생했다.

북한은 지난달 끝난 올림픽에서도 줄곧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IPC는 “올림픽에서 이미 쓰인 기존 한반도기 디자인을 변경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이 8일 북한 대표단장인 김문철 조선장애자보호연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한 번 더 설득했으나 북측은 입장을 고수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하지 않는 건 한민족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부와 장애인체육회는 9일 오전 다시 북한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기로 했다.

하얀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가 들어간 한반도기는 1991년 일본 지바 탁구세계선수권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남북은 한반도 주변 섬 중에서 상징적으로 제주도만 그려 넣었다. 그러다 2003년 아오모리 겨울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북한이 준비해 온 한반도기에 독도가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독도 표시 여부가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이후엔 ‘독도 없는 한반도기’만 사용됐다.

북한 장애인체육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북한의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경제제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평창올림픽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그래서 한반도기 문제를 끝까지 고집하지 않고 공동입장에 합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하지만 패럴림픽은 선수단 규모(20명)가 작고 예술단과 응원단도 보내지 않았다. 공동입장보다는 민족적 자긍심을 지키는 쪽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창=김효경·김지한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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