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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국가 첫 방문 빈 살만 “영국은 레드카펫을 깔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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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방문 중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7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났다. [AP=연합뉴스

영국을 방문 중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7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났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7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했다.
지난해 6월 왕세자에 책봉된 뒤 첫 서방국가 방문이다. 사실상 국제 외교무대 데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흘간 영국에 머물면서 양국의 무역 및 안보 교류를 강화할 예정이다.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왕세자 #방문 첫날 여왕 오찬, 왕세자 만찬 #메이 총리와는 연이틀 만나 #EU 탈퇴로 새 동맹 절실한 英 #개혁·개방 사우디에 열렬히 구애

왕세자는 7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면담 및 오찬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다우닝가의 총리 관저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 및 각료들과 회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현관에서 직접 왕세자를 맞았다. 이 자리에서 메이 총리는 “사우디의 개혁을 강화하는 데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함께하고 싶다”며 사우디가 추진 중인 일련의 개혁에 공감했다. 또 “(왕세자와) 예멘의 인권 위기 상황 등 국제적 도전을 막아내기 위한 협력 강화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이후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메이 총리는 개혁의 진전, 특히 여성 인권과 보편적 인권에 관한 지원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저녁엔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자와 만찬을 했다.
8일엔 영국 총리 별장인 체커스(Chequers)에서 메이 총리와 오찬을 하고,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과도 회담할 예정이다. 이 외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7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각료들과 회담했다. [EPA=연합뉴스]

7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각료들과 회담했다. [EPA=연합뉴스]

7일 영국 런던에 있는 왕세자 집무실 클라렌스 하우스에서 윌리엄 왕자(왼쪽),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운데), 찰스 왕세자가 만찬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 영국 런던에 있는 왕세자 집무실 클라렌스 하우스에서 윌리엄 왕자(왼쪽),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운데), 찰스 왕세자가 만찬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방문 첫날 영국 왕실 일가의 환대를 받고, 메이 총리와 연이틀 만났을 정도로 무함마드 왕세자는 영국에서 최고의 국빈 대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영국이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왕세자를 위해 레드카펫을 깔았다”고 표현했다. 허핑턴포스트도 “영국 정부는 런던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젊은 개혁가를 사로잡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이 같은 환대는 개혁 개방을 선언한 사우디가 영국에 기회를 제공하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사회 전반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선포하고 국제적 지원을 구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새로운 동맹과 시장·돈이 필요한 영국에 이런 사우디는 최고의 파트너 후보다.
BBC에 따르면 영국은 왕세자의 방문을 계기로 향후 10년간 양국의 상호 무역 및 투자 규모를 650억 파운드(약 96조 5000억원)까지 확대하는 데 합의하고, 사우디의 교육 현대화에 대한 자문 역할도 맡기를 기대하고 있다.

7일 영국 런던에서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영국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무함마드 왕세자의 가면을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7일 영국 런던에서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영국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무함마드 왕세자의 가면을 쓰고 있다. [EPA=연합뉴스]

7일 영국 런던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영국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예멘 내전에 개입해 인도적 재앙을 초래한 사우디를 비난하며, 영국 정부가 무기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7일 영국 런던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영국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예멘 내전에 개입해 인도적 재앙을 초래한 사우디를 비난하며, 영국 정부가 무기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크다.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해 최악의 인도적 재앙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이 펼친 무차별 공습과 봉쇄 작전으로 예멘의 전체 인구 75%에 해당하는 약 2200만 명은 원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중 약 840만명이 아사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앞서 “영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더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사태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고 메이 총리에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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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총리 관저 맞은편에선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이들은 메이 총리가 인권 참사를 초래한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항의하고, 영국 무기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무기거래 반대 캠페인’의 앤드루 스미스는 “메이 총리는 예멘인들의 인권보다 무기 거래상들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지난 4~5일 이집트에 이어 영국을 찾은 무함마드 왕세자는 19~22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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