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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임산부에 정신과 임상시험 강제 시도”

중앙일보

입력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교수가 11년 전 심신미약 상태의 임산부를 임상시험에 강제로 참여시키려고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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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쿠키뉴스 탐사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에서 진행된 글로벌 임상시험 3상 과정에서 연구책임자였던 A 교수는 연구원 B씨에게 당시 외래진료를 왔던 임산부 환자에게 가짜 이름을 적어서라도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해당 환자는 조울증에서 급성 증상으로 환청 등을 겪었지만, 임신 사실을 알게 돼 스스로 복용하던 약을 끊은 상태였다. 하지만 약을 끊고 증상이 심해지자 남편과 함께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를 찾았다.

이 문제를 제보한 B씨는 환자 상태에 대해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며 “의료진도 환자 진료 후 ‘이 환자는 본인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고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A 교수는 이 연구원에게 임산부 환자의 임상시험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했고, B씨는 “이 환자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연구 참여가 불가능하다”고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A 교수는 “가짜로라도 이름을 적어 동의서를 작성하라”고 다시 지시했고, B씨가 재차 거부하자 A 교수는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던 병동 복도에서 B씨에게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했다고 B씨는 밝혔다.

B씨는 “당시 연구는 외래에서 환자가 연구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그다음 연구원인 제게 연락이 오는 시스템이었다”며 “하지만 A 교수는 외래에서 환자를 진료했었고 입원 처리도 직접 했다 (그래서 연구에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임상시험에 투입되면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어떤 약이 환자에게 주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태아를 지키려고 먹던 약까지 끊은 환자인데 연구로 인해 산모나 태아가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B씨는 “교수가 본인의 업적을 쌓거나 연구에 환자가 배당될수록 성과가 되기 때문에 (이 환자를 연구에 참여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며 “이 일이 있고 일주일 후인 2007년 2월 사표를 내고 일을 관뒀다”고 밝혔다.

A 교수는 이에 대한 취재진의 문의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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