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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관세폭탄 막으려던 게리 콘 결국 짐 싸 … 백악관, 보호무역 매파만 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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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의 6일 사퇴로 정부 내 보호무역주의자들이 득세할 전망이다. 그는 보호무역 으로 치닫지 않도록 균형추 역할을 했었다. [AFP=연합뉴스]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의 6일 사퇴로 정부 내 보호무역주의자들이 득세할 전망이다. 그는 보호무역 으로 치닫지 않도록 균형추 역할을 했었다. [AF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내 자유무역 옹호진영의 리더인 게리 콘(57)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결국 사임했다. ‘자리’를 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방침에 반대했던 콘 위원장의 사퇴는 백악관 내 보호무역주의자들의 득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리까지 걸고 결사반대했지만 #트럼프 생각 안 바뀌자 물러나 #작년 여름부터 대통령과 불편 #사임 소식에 뉴욕 증시 지수 급락

미국 언론은 자유무역을 주장해온 그가 보호무역론자들과 마찰을 빚으며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것으로 보고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콘 위원장의 사임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계획을 놓고 벌어진 내부 투쟁에서 패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글로벌리스트’로 불렸던 콘 위원장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조치가 미국의 경제성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결사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 방침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 회의에서는 트럼프 앞에서 “만약 관세조치를 고수한다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콘 위원장은 당시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물러날 시간이 온 것 같다”고 말했지만 지인들이 “당신마저 백악관에서 빠지면 미국경제는 정말 어려워진다”며 극구 말렸다는 후문이다.

이후 콘은 트럼프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기울였다. 트럼프와 관세 부과 피해를 보는 제조업체 대표들의 면담을 주선하려 했지만 이마저 무위에 그치자 결국 사임을 선택했다. 26년간 골드먼삭스에 몸담은 콘은 그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경제정책이 보호무역과 규제강화로 흐르지 않게끔 중심을 잡는 균형추 역할을 했다. 대규모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 마련도 그가 주도한 작품이었다.

콘은 지난해 여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샬러츠빌 폭력 사태’때 트럼프의 양비론적 대응을 비판하는 등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 트럼프와의 거리는 점차 멀어졌고 한때 유력했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직 지명도 날아갔다. 콘의 사의 소식은 뉴욕 증시 마감 이후 알려졌다. 그러자 가장 규모가 큰 상장지수펀드인 SPDR S&P 500 ETF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콘이 빠진 백악관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주는 예측가능한 안정감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했다는 의미다.

NYT는 “자유무역주의자로서 국수적 정책을 방어해 온 콘 위원장의 사임은 대통령의 경제적 결정과 금융 분야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의 캐피탈알파파트너스의 재정정책 애널리스트인 이안 카츠는 “백악관내 누구보다 콘은 시장에 신뢰를 안겼다”면서 “후임 인선없이 몇 일을 그냥 흘러보낸다면 투자자들은 불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콘 위원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을 때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가 급락하기도 했다.

콘이 없는 트럼프 정부에선 최근 무역 담당 보좌관으로 승진한 피터 나바로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보호무역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자유무역 진영을 대변하겠지만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돌진하는 보호무역 진영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날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하원에 출석해 “우리는 무역전쟁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이 그렇게 나쁜 게 아니다”라고 일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편 콘의 부재는 한국에도 뼈아픈 공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주의자인 콘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한국 정책라인과 말이 통하는 몇 안되는 백악관 참모였기 때문이다.

뉴욕·워싱턴=심재우·정효식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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