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혐의 ‘업무상 위력 간음’ 유력…“거절 못할 관계”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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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53) 충남도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지은(33) 충남도지사 정무비서가 이르면 6일 변호인단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안 지사를 고소할 예정이다.

주거지·수사력 등 고려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고소장은 이르면 6일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될 예정이다. [중앙포토]

안희정 충남도지사에 대한 고소장은 이르면 6일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될 예정이다. [중앙포토]

김씨 측은 주거지가 서울인 점 등을 고려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가 관할했던 충남지역에서 사건을 맡는 것보다 수사력ㆍ공정성 측면 등에서 나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고 한다. 현재 충남지방경찰청이 안 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상태이지만 사건이 서울로 이송될 가능성이 있다.

김씨에 따르면 성폭행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총 네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과 9월 스위스 출장 등 대부분 공식 출장 기간에 성폭행이 벌어졌고,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난 뒤인 지난달 25일에도 추가 성폭행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의 성폭행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안 지사에게는 형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 적용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형법 303조 1항은 업무ㆍ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행의 상습성이 인정되면 형량이 1.5배 가중될 수 있다.

‘위계 의한 간음’ 혐의…추가 피해자 나올 가능성도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한 김지은 충남도 정무비서. [사진 JTBC 캡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한 김지은 충남도 정무비서. [사진 JTBC 캡처]

대선 당시 안희정 캠프 홍보팀에서 일했던 김지은씨는 지난해 6월 안 지사 수행비서로 임명됐다가 이후 정무비서로 자리를 옮겼다. 김씨는 “수행비서는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예스’라고 하는 사람이고 지사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고 안 지사에게 들었다”며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제가 원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이외에도 김씨는 안 지사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안 지사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 이 경우 형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검찰 등에서 해당 사건 수사에 들어간다면 김지은씨 외에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JTBC와의 인터뷰 말미에서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김씨가 성폭행 피해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안 지사 측근들이 압박이나 회유를 시도했는지도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SOS를 보내기 위해 여러 번 신호를 보냈고, 눈치를 챈 한 선배가 혹시 그런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는데 그때 이야기를 했었고,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인터뷰 직전 “안 지사 측으로부터 계속 연락이 왔는데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램 대화 대부분 지워져…진술이 주 입증근거 될 듯

김씨가 공개한 안희정 충남지사와의 텔레그램 내용 일부. [JTBC]

김씨가 공개한 안희정 충남지사와의 텔레그램 내용 일부. [JTBC]

다만 안 지사의 혐의 입증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씨는 안 지사의 텔레그램 대화에 성폭행 정황이 담겨있다고 했지만,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화내역이 자동으로 지워져 현재는 대화 내역이 대부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사는 상당 부분 김씨와 주변인들의 진술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문이 확산되자 안 지사는 6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잘못을 인정한다”며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적었다. 초기 JTBC에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고 강압이나 압박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합의했다는 건 비서실의 잘못”이라면서 번복하는 듯한 말을 적었다. 하지만 안 지사가 향후 수사과정에서 강압 등이 없었다고 계속 주장할 경우 진실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희정 지사는 15년 전에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2002년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일하면서 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아 관리한 혐의로 이듬해 구속됐고,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돼 1년간 복역하다 출소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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