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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수업, 초등 6년간 4시간뿐 … 중·고교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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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투, 이제 시작이다 <하> 

초등학생의 정규 수업은 6년간 모두 5828시간. 이 중 양성평등을 직접 다루는 단원은 4시간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성의식이 미투 원인인데 #4시간엔 성평등 개념도 못 알려줘” #북유럽은 유치원부터 의무 교육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양성평등 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설규주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성추행·성폭력 범죄 이면에는 남성우월적 시각이 있다. 양성평등 교육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인격이라는 가치관을 심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초등학교 교과서를 확인한 결과 양성평등에 대해 직접 다루는 단원은 4학년 2학기 사회과목이 유일했다. 그마저 ‘사회 변화와 우리 생활’ 단원 안에 ‘성 역할 변화와 양성평등 사회’라는 소단원으로 포함돼 있다. 이 단원은 4시간 수업 분량이다. ‘달라지는 성 역할’ ‘성차별 사례’ ‘양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장 교사들은 “4시간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양성평등의 개념을 알려 주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삽화. 남성을 능동적·이성적으로 묘사하고, 여성을 다소곳하고 감정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박경미 의원실, 국가인권위원회]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삽화. 남성을 능동적·이성적으로 묘사하고, 여성을 다소곳하고 감정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박경미 의원실, 국가인권위원회]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삽화. 남성을 능동적·이성적으로 묘사하고, 여성을 다소곳하고 감정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박경미 의원실, 국가인권위원회]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삽화. 남성을 능동적·이성적으로 묘사하고, 여성을 다소곳하고 감정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박경미 의원실, 국가인권위원회]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삽화. 남성을 능동적·이성적으로 묘사하고, 여성을 다소곳하고 감정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박경미 의원실, 국가인권위원회]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서에 실린 삽화. 남성을 능동적·이성적으로 묘사하고, 여성을 다소곳하고 감정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 박경미 의원실, 국가인권위원회]

초·중·고교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지는 교육부가 정하는 ‘교육과정’에서 정한다. 중앙일보가 중·고교의 사회·도덕 교육과정을 살펴봤더니 ‘성평등’ ‘양성평등’이나 유사 개념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그나마 직전의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선 ‘성평등’이 학습 주제로 있었다. 이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인권’의 하위 주제가 됐다.

김은주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 사무관은 “39개 범교과 학습 주제를 10개로 줄이면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실제 접하는 교과서에도 성차별적 요소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7년도 초등 교과서 모니터링’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심을 수 있는 삽화·사진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 1, 2학년 국어·사회·통합교과·안전한 생활 등에서 여성은 앞치마를 두르고 청소·요리를 하거나 장을 보는 것으로 그려졌다.

반면 남성은 정장을 입고 직장생활을 하거나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으로 표현됐다. 또 학부모봉사단·녹색교통봉사단 활동도 모두 여성으로만 채워졌다.

이런 현실은 북유럽 등 교육 선진국의 성평등 교육과 대조적이다. 스웨덴은 1988년 모든 교육과정에 차별을 금지하고 양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했다. 유치원 때부터 여자·남자 각각을 위한 놀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에 따르면 성평등 지수가 스웨덴은 5위, 한국은 118위다. 박현이 ‘아하!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 부장은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학교 내 성평등 교육이나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지영·강혜란·박형수·전민희 기자,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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