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몸다듬고 교양쌓기 2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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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1주일 후에는 정말 안경을 벗가닐수 있을 지 조마조마해요. 다음 주엔 남편이 해외출장에서 돌아올텐데…』
눈 아래의 지방층을 없애고 처진 눈꺼풀을 드어올리는 성형수술을 받은 주부 박명자씨(43·서울강남구삼성동)는 오랜만에 만날 남편에게 한결 젊고 예뻐진 모습을 보여줄수 없을까봐 안전부절못한다.
박씨가 성형수술을 할까말까 망설이기 시작한 것은 2년전부터. 나이 40이 넘자『남편과 얼굴을 마주 본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다』『남편이 부부동반외출을 점점 더 꺼린다』며 피부관리소·헬스클럽등을 드나들다 급기야 주름살 펴는 수술을 받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어도 『얼굴에 칼을 들이댈 것까지야 있겠나』며 옷치장과 화장에만 점점 더 신경쓰던 박씨다. 그러나 지난 가을 남편의「바람기」를 눈치채면서 어지간히 속을 끓이다 남편의 장기출강을 이용, 「10년쯤 젊어보일수 있다」는 성형수술을 감행(?)했다.
『머리카락을 잘라서 술사다 손님 대접했다는 가난한 선비의 아낙 노릇이 차라리 쉬울것 같아요. 버젓이 내세울것까지는 없어도 부끄럽지 않을만한 아내노릇·어머니노릇이 이렇게 힘들다니….』
올봄부터 D대 평생교육원에 나가는 주부 이정혜씨 (37·서울은평구역촌동). 나름대로는 무슨무슨 어머니교실이니 주부대학이니 하는 교양강좌마다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현대판 현모양처가 되려 애썼는데도 남편은 『당신이 뭘 알아!』로 대화를 끊어버리기 일쑤라며 털어놓는 하소연이다.
더구나 며칠전엔 중학교 2학년짜리 딸에게 공부좀 잘하라고 타이르자 『엄마가 일류학교를 못나온 콤플렉스 때문에 날 이렇게 들볶는거지?』라는 맹랑한 반격(?)까지 당했다는 것이다.
『하기야 첫애가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유능하지 못한 엄마로 몰리기 시작한 셈이예요. 아이가 묻는걸 척적 가르쳐주지 못하면 「엄만 그것도 몰라?」하고 무시하는 눈치가 역력하니….』
이씨는 어쩌꺼자고 주부에 대한 기대치는 이렇게 나날이 인플레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자기도 뭐든 남못지않게 할수있다는걸 과시하고 싶어서 꽃꽂이·등공예·매듭등 주부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들을 골고루 다해봤지만 그게 모두 자신을 위한것,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으면서 평소 좀더 깊이 알고 싶었던 공부를 해보려고 평생교육원에 등록했다고.
한양대 김광일교수(의대신경정신과)는 『사상 유례없이 커진 역할때문에 생기는 현대 주부의 갈등을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것만으로 해소하자면 끝이 없는 일』이라며 『아내라든가 어머니뿐만 아닌 인간으로서의「나」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한다. 인생의 목표라든가 현재의 상황등을 두루 점검하면서 무엇을 배우거나 사회봉사활동을 하되 그 목적을 확실히 인식해서 이것저것 조금씩 손댈게 아니라 어느 분야에 깊이 파고들면서 삶의 보람과 자기향상을 꾀하라는 이야기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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