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말하는 ‘김여정 글씨체’에 담긴 숨은 의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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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방명록에 남긴 문구(오른쪽)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10일 방명록에 남긴 문구(오른쪽)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독특한 서체에 탈북자들은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글씨체"라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TV조선 '모란봉 클럽'에 출연한 새터민들은 김여정 부부장의 필체를 언급했다.

이날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인 김지영씨는 김여정 부부장의 필체에 대해 "북한에서는 (컴퓨터 사용이 적어) 모든 다 손으로 써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쓰면 엄청 빨리 쓰고, 멋을 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리듬체조 선수 출신 박수애씨는 "어릴 때부터 봐왔던 글씨체"라며 "김일성이 항상 저런 글씨체를 썼는데 김여정이랑 필체 느낌이 비슷하다. 김일성, 김정일 모두 똑같은 필체를 썼다. 김 부자 집안의 필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TV 조선 모란봉클럽 화면 캡처]

[TV 조선 모란봉클럽 화면 캡처]

또 다른 새터민 김일국 씨도 김여정 부부장의 글씨체는 "대학에서 배우는 백두필체"라고 밝혔다.

그는 "(김여정 부부장의 글씨체는) 비공식적으로 백두필체 혹은 용남산 필체라고 한다"면서 "대학에서 표준어 시간에 백두필체를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간부들은 자신감과 의지를 담기 위해 이같은 글씨체를 사용한다.

김일국 씨는 "글씨가 60~70도 정도 눕는데 글자가 우측으로 누울수록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내려쓰는 획을 수직으로 쓰는 것에 주목했다.

[TV 조선 모란봉클럽 화면 캡처]

[TV 조선 모란봉클럽 화면 캡처]

그는 "획을 내려그을 때 꼬리 끝을 꺾지 않았다"라며 "획을 내려그을 때 획의 길이와 앞에 머리 달기 꼬리 흉내를 내지 못하게 한다. 바로 쓰게 한다. 멋 부리지 말라는 것으로 간부들의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음에서 글씨가 다 위쪽으로 향하는 거는 의지와 강력한 확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0일 청와대 방명록에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 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썼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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