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우리는 중매 서는 입장... 북ㆍ미 대화 조건 얘기 오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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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7일 출경을 위해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로 들어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7일 출경을 위해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로 들어서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북ㆍ미 대화 용의를 밝힌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일행이 27일 북측으로 귀환한 가운데 청와대는 남북 접촉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김영철 일행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물론 국정원 및 정부 통일·외교부처 고위 당국자와의 회동 횟수가 알려진 것만 수차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으로 보면 북·미 대화를 위한 여러 가지 조건들, 그리고 그 문제와 관련해 어떤 단계를 거쳐야 될지 얘기들이 오고 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남북 고위당국자간 접촉에 대해 “우리는 (북·미) 중매를 서는 입장에 있다”며 “우리로선 북측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어보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쪽의 입장을 (북측에)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지금 김영철 부위원장과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거나 안을 만들어 미국 쪽에 전달한달지 이런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지난 23일 김영철 일행과의 접견에서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를 강조한 것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우리 생각을 솔직하게 북측에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을 비핵화의 입구로 견인하기 위한 방법론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안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를 놓고 우리 측이 북한에 핵·미사일 시험 및 개발 중단을 요구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문 대통령은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의 접견에서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어떤 조건을 100% 걸고 가면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며 “지난번 펜스 부통령과 김여정 제1부부장 만남이 불발된 부분이 있었지만 서로 간에 양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대화가 더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북한과 오직 적절한 조건 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어쨌든 대화의 문이란 건 열려있다고 미국도 얘기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김영철 일행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이번 접촉의 결과를 상세히 보고한 뒤라야 후속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본인들이 우리 얘기를 듣고 결정을 해서 뭘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돌아가서 상부에 보고하는 등 그쪽도 그쪽 나름대로 이야기를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갖고 관련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미국하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여러 루트를 통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북측 접촉 결과를) 분석하고 대화 내용을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방미 계획에 대해서는 "당장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북 특사 가능성에 대해선 “대화는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환경은 만들어졌다”고 답했다.

 당장은 오는 4월로 잠정 예정돼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북·미관계의 변수다. 청와대는 “패럴림픽(3월 9~18일)이 끝난 이후에 공식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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