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擊<반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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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호 29면

漢字, 세상을 말하다

무엇인가를 때린다는 의미의 한자는 擊(격)이다. 전쟁의 글자이며, 단어 조합이 제법 많다. 공격(攻擊), 가격(加擊)이 우선 떠오르고, 그냥 때리는 일은 타격(打擊)이다. 습격(襲擊)에서 襲(습)에는 옷을 걸친다는 새김이 있어 위장용 옷을 걸치고 몰래 상대를 치는 일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따르면 기습(奇襲), 밤에 이뤄지면 야습(夜襲)이다.

저격(狙擊)은 서양에서 나온 개념을 한자로 푼 단어다. 원래는 snipe라는 도요새과의 늪에 사는 작은 새를 사냥하는 사람인 sniper의 번역어다. 狙(저)는 사냥개를 가리켰다. 멀리서 조준해 상대를 쏴 넘어뜨리는 sniper를 저격수(狙擊手)로 적으니 제법 그럴 듯하다. 충격(衝擊)은 어떨까. 앞의 衝(충)은 옛 시절의 거대한 전차(戰車)다. 성문(城門)이나 성벽(城壁)을 무너뜨릴 때 동원한다. 그래서 웬만한 타격보다 커다란 게 바로 ‘충격’이다. 나아가서 때리면 진격(進擊), 좇아가 패면 추격(追擊)이다. 갑자기 때리면 돌격(突擊), 때려 물리치면 격퇴(擊退), 밀쳐 때리면 배격(排擊), 번개처럼 때리면 전격(電擊), 다가오는 물체를 보며 나아가 때리면 요격(邀擊)이다. 일정한 자리 없이 이리저리 떠돌며 그런 일을 벌이면 유격(遊擊)이다.

그러나 목격(目擊)이라 해서 ‘눈으로 직접 닿는(보는) 일’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어리석은 아이 등을 잘 가르쳐 이치를 깨닫는 상황으로 이끌어내는 일은 격몽(擊蒙)이다.

요즘은 반격(反擊)이라는 말 자주 오른다.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되갚는다는 말이다. 미국의 통상 압력, 그에 대응하는 우리의 입장을 거론하면서 자주 이 단어가 나온다. 때리면 응수(應手)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 위기가 몰고 온 동북아의 풍운이 아주 거센 이 상황이 문제다. 든든한 동맹이었던 미국이 한국에 가하는 충격, 그에 반격을 거론해야 하는 한국의 처지가 영 말이 아니다.

유광종
중국인문 경영연구소 소장
ykj33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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