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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성접대’ 등 '검찰 과거 수사에 메스 대는 과거사위원회

중앙일보

입력

과거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권이 남용됐거나 검찰이 수사결과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시작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2013년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무협의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중앙포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2013년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무협의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중앙포토]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2013년)과 광우병 관련 MBC PD수첩 사건(2008년) 등 진상규명이 필요한 12건의 과거 사건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 변호사)는 이달 초 여러 의혹이 제기돼 진상규명이 필요한 1차 사전조사 사건 12건을 선정해 진상조사단에 전달했다.

과거사 조사는 과거사위원회(법무부 산하)가 대상 사건을 선정하면 진상조사단(대검찰청 산하)이 사건을 조사하고, 다시 그 결과를 위원회가 심의·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위원회와 조사단은 진상규명을 위해 협력하면서 동시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상호 견제하는 구조다.

 지난해 12월 '검찰 과거사위원회' 발족식에서 김갑배(왼쪽)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검찰 과거사위원회' 발족식에서 김갑배(왼쪽)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박상기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특히 조사단의 조사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건 각 팀에 소속된 검사라는 점에서 위원회의 견제 기능은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수사결과 은폐·축소 등 과거 검찰 수사상의 문제가 발견돼도 조사단이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이를 재차 은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견제 기능을 위해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한 이후 줄곧 ‘수사기록 열람 권한’을 요청했다. 조사단이 과거 사건을 제대로 검토하고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선 위원회 차원에서 수사기록을 검토해 조사단의 조사결과와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원회는 지난 22일 문무일 총장과 가진 비공개 면담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수사기록 열람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 [연합뉴스]

검찰 쪽에선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변호사 등 외부인으로 구성된 과거사위에서 개인정보 등이 담긴 검찰의 공식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문 총장은 “과거사위의 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을 어기면서까지 과거사위를 지원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과거사위는 문 총장과의 면담에서 “수사 기록을 외부에 유출할 수 없다면 위원회 측 인사가 직접 조사단 사무실이 있는 동부지검에 가서 기록을 열람하겠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검 측에서는 ‘불가 방침’을 전했고, 과거사위가 재차 “조사단에 과거사위원이 파견을 가는 형식으로라도 기록을 검토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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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6명과 변호사 12명, 외부단원인 교수 12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은 과거 사건 재조사를 위해 6개 팀을 꾸렸다. 각 팀엔 검사 1명과 교수 2명, 변호사 2명이 투입됐고,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12건의 사건 중 2건씩 맡아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단은 다음 달 13일 그간의 사전조사 결과를 위원회에 중간보고하는 한편, 위원회 차원에선 다음 달 중으로 사전조사 사건 12건 이외에 추가로 10건 안팎의 조사 대상 사건을 선정할 예정이다.

<과거사위원회가 선정한 12개 사전 조사대상 사건>

 ▲고(故) 김근태 고문 사건(1985년)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삼례 나라 수퍼 사건(1999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MBC PD수첩 사건(2008년) ▲청와대·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2010년) ▲유성기업 노조 파괴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2011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사건(2012년) ▲김학의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2013년) ▲남산 3억원 제공 의혹 등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년, 2010년, 2015년)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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