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패러다임 바꿀 만큼 한국 젊은이 영향력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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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버시바우(사진)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에서 '젊은 세대들(Young generations)'이 몰고온 주목할 만한 정치.사회적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그의 발언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말하던 중 나왔다.

버시바우 대사는 22일 재향군인회 강당에서 열린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 초청 강연에서 "한.미 동맹이 아무리 공고하더라도 미래의 도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동맹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은 두 나라 내부의 사회변화에 맞춰 정책목표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고 관심을 끌어내느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에서는 인터넷의 발달과 NGO(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 네트워크의 강화로 젊은 세대가 정치적 영향력을 급속하게 확대하고 있다"며 "젊은 한국인들은 한국의 정치.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주저없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전 세대와 달리 냉전적 사고에서 자유롭다"고 했다.

특히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 사회의 이런 변화가 외교정책 목표의 패러다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면서 "많은 한국인에게 북한은 더 이상 적이 아니라 상호 이해와 도움의 대상인 동반자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이래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들과 쌍방향 대화를 주고받는 등의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한.미 양국 국민들 간 상호 이해의 부족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민은 미국 안보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9.11테러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미국인들도 최근 한국에서의 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진단한 뒤 양국 여론지도층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또 한.미 동맹이 공고한데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보와 언론의 과장 보도, 부정확한 보도가 여론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미 동맹은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양국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많은 한국인은 학습 또는 미국인과의 일시적인 만남, 미국에서의 경험 등에 기초해 미국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미국 국민 역시 10년 전에 알고 있던 상황이나 한국인 친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을 안다고 판단한다"며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끊임없이 따라가야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북핵문제 등에 대해선 "북한은 핵무기 및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하며, 돈 세탁과 위폐 제작을 포함한 일련의 불법활동을 중지하는 등 국제규범을 따라야 한다"며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불식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는 이상훈 회장을 비롯한 향군회원들과 영관장교 연합회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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