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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유족 "김영철 방한 절대 수용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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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폭침 1주년을 앞두고 국화가 놓여있다. [중앙포토]

천안함폭침 1주년을 앞두고 국화가 놓여있다. [중앙포토]

천안함 유가족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것을 공개 반대했다. 김영철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을 배후에서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천안함46용사 유족회와 천안함 예비역전우회, 천안함재단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2010년 당시 정찰총국장으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 방한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족회 측은 성명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철의 올림픽 폐막식 참석 수용을 즉각 철회하라”며 “정부는 유가족과 생존 장병 및 대한민국 국민에게 두 번 다시 마음을 찢는 고통을 안겨주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천안함 폭침 소행을 인정하고 유족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죄하라”고 전했다.

유족회 측은 ‘대승적 견지’에서 이해를 당부한 통일부 발표에도 반발했다. 고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인 이성우(57) 천안함46용사유족회 회장은 “북한에서 정식으로 천안함 폭침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를 하는 게 대승적 차원에서 할 일 아니냐. 왜 유족들과 국민들에게만 대승적 결단을 요구하냐”고 말했다.

천안함 생존자들의 모임인 천안함예비역전우회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준영(31) 천안함예비역전우회 회장은 “해도해도 너무하다. 저를 죽이려하고 전우를 죽인 사람들이 어떻게 우리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밥을 먹을 수 있나”고 했다. 그는 “김여정 때는 우리 때문에 남북관계가 발전 없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김영철은 너무 속상하다. 우리 희생은 휴지조각처럼 쓰다 버리면 되는 건가”라 주장했다.

천안함 유족과 천안함재단 측은 24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성우 회장은 “8년 동안 기자회견이란 걸 해본 적도 거의 없다. 정말 생업이 바빠 참석이 불가능한 사람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족들이 참석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환근(59) 천안함 재단 사무총장은 “김영철 방한 소식을 듣고 유가족들이 재단으로 전화를 해 많이 울고 슬퍼했다. 정치권이나 보수단체와 같이 하면 오해를 부를 수 있어 지킬 건 지키며 우리 목소리를 내겠다”고 전했다. ‘추측은 가능하지만 명확하게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을) 지시한 건 아니다’는 국정원 입장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때 지휘관이 책임지고 지시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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