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GM, 군산공장 문 닫고도 2700명 더 줄여야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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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공장 조합 이범로 전 위원장(가운데) 등 조합원들이 22일 오전 전북 군산 노동조합사무실에서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왼쪽은 육성현 사무장, 오른쪽은 류일남 지도고문. [연합뉴스]

한국GM 군산공장 조합 이범로 전 위원장(가운데) 등 조합원들이 22일 오전 전북 군산 노동조합사무실에서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왼쪽은 육성현 사무장, 오른쪽은 류일남 지도고문. [연합뉴스]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한국GM이 독자생존할 수 있는 기업으로 실적을 개선하려면 지금보다 인력을 4700명을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구조조정 중인 군산공장 근로자 전원(2000명·계약직 포함)을 감축한 후에도, 추가로 2700명 정도를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정보 분석업체, 보고서 발표 #적자에도 인건비 6년 새 43% 급증 #매출액 대비 9%이하로 낮출 필요 #사측의 임금동결안, 노조 결론 못 내

기업정보 분석업체인 한국CXO연구소는 22일 한국GM이 영업이익을 냈던 기간(2010·2011·2013년)과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기간(2012·2014·2015·2016년)의 재무제표를 비교·분석한 ‘한국GM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국GM이 인건비·연구관리(R&D)비·판관비 등 크게 3가지 지출을 줄여야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인건비에 해당하는 한국GM의 급여·퇴직급여 지출항목은 2010년 1조991억원에서 2016년 1조5686억원으로 42.7% 급증했다. 같은 기간 100만 대에 육박했던 생산시설이 50만 대로 줄어들었지만 임직원 수(1만6094명→1만6031명)는 소폭 주는데 그쳤다. 쉽게 말해 적자가 쌓이는 동안 근로자는 오히려 1인당 연봉을 더 많이 받아갔다는 뜻이다(6829만원→9785만원). 여기엔 생산직 근로자는 물론 고액연봉자로 알려진 외국인 임원 연봉도 포함된 수치다. 한국GM 감사보고서는 임원 연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CXO연구소는 “현재 12.8%인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을 9%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흑자 기간(2010년~2013년) 평균 인건비율이 8.6%였다는 게 근거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율을 9%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연간 4300억원(3.5%포인트·2016년 기준)의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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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는 건 그 다음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줄여야 하는 4300억원의 인건비는 연봉 9000만원 근로자 4778명에게 1년 동안 지급할 수 있는 규모”라며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한국GM 노·사가 임금 축소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추가 구조조정이 발생할 개연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GM 군산공장 근로자(2000명) 말고도, 추가로 인력 2700여 명을 축소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인건비 축소가 시급한 한국GM은 22일 2018년 임금및단체협약(임단협) 사측 교섭안을 마련했다. 교섭안은 ▶임금동결 ▶성과급·일시급 지급 중단 ▶승진 미실시 ▶단체협약 개정 학자금·사기진작비 등 복리후생비 지급 축소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한국GM 노조는 22일 대의원대회를 개최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후 교섭위원들이 재논의하기로 했다.

한국GM은 연구·개발(R&D)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다소 높은 편이다. 물론 신차 개발 등에 투입하는 R&D 비용을 너무 적게 지출하면 기업 미래 전망이 악화할 수 있다. 반대로 적자가 나는데도 지나치게 R&D 비용을 많이 쓰면 현재 재무구조가 악화한다. 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2016년 한국GM은 매출액의 5%를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보고서는 “당장 버는 돈(영업이익)이 없는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R&D 비용을 줄여야 한다”며 “가장 최근 수익을 냈던 해(2013년)의 매출액 대비 R&D의 비율(3.6%) 수준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한국GM은 1858억원 안팎의 비용이 감소한다(6140억→4282억원).

또 판매 및 관리비(판관비)도 문제다. 한국GM의 2010년~2015년 평균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은 8%(1조1208억원)였다. 하지만 이 비율은 2016년 갑자기 11.2%(1조3692억원)로 치솟는다. 이를 “2010년~2016년 평균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8.5%)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판관비 3293억원을 아끼기 위해서다(1조3692억→1조399억원).

특히 판관비 중에서 사용처 파악이 불가능한 제용역비(1737억·2015년→3708억원·2016년)가 크게 늘었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군산공장 구조조정을 준비하기 위한 필요한 제반 비용을 2016년부터 제용역비로 미리 처리했다는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GM은 군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모두 군산공장 외부로 반출한 상황이다. 여기 필요한 비용을 제용역비로 처리했다는 의혹도 실사 과정에서 밝혀질 필요가 있다.

결국 인건비·R&D·판관비 등 2016년 비용이 급등한 3가지 비용(9451억원)을 평년 수준으로 감축하면, 한국GM은 흑자를 낼 수 있다. 쓴 돈(12조7653억원→11조8202억원)이 줄어들어, 번 돈(12조2342억원)보다 적어지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 무턱대고 정부가 한국GM을 지원하면, 2~3년 후 또다시 적자를 핑계로 GM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단 흑자 구조를 만들고 정부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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