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서민의 발 버스는 위기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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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진 아침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이혜정(28 여 가명)씨는 요즘 출근 시간을 평소보다 서둘러야 한다. 타던 버스가 없어져 그보다 먼 평촌역으로 20분 가까이 걸어가야 하기 때문. 출근 시간 환승역에서 겪는 숨 막힘도 이제 이씨의 일과가 됐다.

“서울교대까지 가는 유일한 노선이라 편리하게 이용했다. 버스 회사가 수익을 못 낸다는 이유로 노선을 폐지하면서 국가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씨의 말이다.

● 경영난이 시민 불편으로
지난 달 21일 안양시 버스 5개 노선이 폐지됐다. 안양시 버스 사업자인 삼영운수와 보영운수의 경영난이 그 이유. 이에 대해 안양시는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양해의 글을 올렸다.

2005년 경기도 경영평가 결과 안양시 버스 32개 노선 가운데 26개 노선이 적자 운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2개 노선을 모두 맡고 있는 2개의 버스회사는 매년 총 42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2006년 2월 현재 체불임금도 약 40여억 원에 이른다.

두 업체는 일단 이번 노선 폐지로 연간 적자폭의 40%에 해당하는 17억 원의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경영 손실을 메우기 위해 시민 불편을 일으켰다는 비난이 안양시에 몰리고 있다.

안양시 동안구에 사는 이승훈(26, 대학생)씨는 “버스 노선폐지에 따른 불편을 줄여줄 수 있는 대안이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 버스 위기 이제 시작.
문제는 앞으로 또 다른 노선까지 없어질 수 있다는 것. 안양시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선적 폐지’라는 표현을 썼다.

삼영운수는 2004년 말 현재 부채가 자산보다 70여억 원, 보영운수는 2002년 말 현재 약 90억 원 많다. 비율로 보면 삼영, 보영운수 각각 부채가 자산보다 1.5배와 3배 많은 셈. 기업의 존속마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주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계속기업에 관한 중대한 불확실성’을 명기했다. 남아 있는 27개 노선 가운데 아직 21개 노선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노선의 추가 폐지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안양시의 버스 위기 원인은 무엇보다 자가용 대중화에 따른 버스 이용객 감소와 계속 오르는 경유값이다. 시내버스 요금이 올랐고 2001년부터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그 효과는 매우 작게 나타나고 있다. 버스 업체의 경영능력 부족과 낡은 버스 운행, 운전자의 승차거부 등으로 이용객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안양시 교통행정국 홍삼식 팀장은 지역유선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2004년 7월 서울시 버스체제 개편이후 서울버스는 환승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안양시 버스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가격 경쟁에서 밀린 결과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양시 버스 회사의 경영난이 최근 2년 사이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 당국의 설명은 시민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 안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양시 버스노선 폐지를 계기로 드러난 버스 산업의 위기는 안양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2004년 경기도내 버스 업체 51곳 중 44곳이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적자노선은 514개 노선이며 적자 총액은 연간 약 940억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한 대책은 업체와 행정당국 모두 내놓지 못하는 상태. 성남시의 한 버스업체는 “노선 폐지계획은 전혀 없다. 특별한 경영개선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안양의 삼영운수도 수차례 인터뷰에서도 뚜렷한 대책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도 안양시는 주변 도시와 협력을 통한 환승할인 추진에만 힘을 쏟고 있다.

임삼진 한양대 교통공학과 연구교수는 “자가용 대중화 시대에 버스의 수송 분담률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버스는 이제 서민을 위한 복지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시끼리 협력을 통해, 또는 경기도 주도로 버스의 준공영화를 실시해야 한다. 경기도가 예산이 부족해 준공영화를 못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버스 준공영화는 현재 서울, 대구 등 대도시에서 시행하는 제도다. 지역정부가 노선운영권을 갖고 운행계획, 수입금관리, 서비스평가 등 총체적 관리를 하고 버스 업체는 버스 구입및 관리, 인력 관리 등을 맡는다. [최선욱/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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