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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이집트 유일한 명절은 ‘봄의 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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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한국 생활을 한 지 벌써 6년이 되어 간다. 2012년부터 한국의 겨울을 경험했지만 이번 겨울이 제일 추웠던 것 같다. 한국에서 영하 20도가 되는 날씨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살면서 날씨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집트는 겨울 없지, 이집트는 비 안 오지, 이집트는 눈 안 오지, 이집트는 항상 덥지 등등…. 간단해 보이지만 한마디로 답할 수 있는 질문들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는 겨울이 없냐는 질문에는 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특히 평창 올림픽이 진행 중인 요즘에는 이 질문을 듣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집트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이 있다. 이집트뿐만 아니라 중동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눈이 내리는 겨울이 있는 나라는 레바논뿐이다. 그래서인지 겨울 올림픽에 중동 국가 참가율이 매우 낮다. 중동 국가에선 대체로 겨울에 비가 온다. 한국 여름 때만큼은 아니지만 비가 겨울에만 오는 게 한국과의 차이다. 이집트 사람들이 눈 문화를 좋아하고 한번이라도 눈을 경험해 보고 싶어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렇다면 중동 국가 현지인들이 느끼는 겨울 체감온도는 어떨까. 비록 영상의 기온일지언정 한국인이 느끼는 겨울과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은 역시 형태가 달라도 현지인들에게는 춥긴 춥다.

비정상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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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찾아온다. 이집트는 어떨까. 이집트에도 사계절이 있는지도 한국에서 자주 받는 날씨 관련 질문이다. 답은 그렇다고 배웠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겨울과 여름만 있다고 믿을 정도로 봄과 가을의 존재가 잘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냥 춥고 해가 빨리 지는 겨울과 덥고 해가 늦게 지는 여름이 확실할 뿐 가을은 겨울에, 봄은 여름에 흡수된 것 같다.

그럼에도 겨울 추위로 인한 고생이 끝났다는 표시가 봄이라는 것은 이집트나 한국이나 똑같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고대 이집트로부터 유일하게 남은 명절이 봄의 날이다. 그날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녹색밭에 나가서 삶은 계란과 신선한 채소, 그리고 소금에 오래 보관한 생선을 먹었는데 지금도 봄날이 되면 이집트 사람들이 똑같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시 봄은 짧아도 너무나도 반가운 손님이다.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