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 “사퇴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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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마르스 림세빅스 라트비아 중앙총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마르스 림세빅스 라트비아 중앙총재. [로이터=연합뉴스]

부패·돈 세탁 혐의에 연루된 일마르스 림세빅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가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사흘 전 현지 부패예방국(KNAB)에 체포된 그는 48시간의 마라톤 조사 끝에 풀려난 바 있다. 그는 2001년부터 18년째 중앙은행 총재로 재임하고 있다.

“상업은행 음모…총살 위협까지 받아 경찰 신고” 주장 #당국, “북한 지원 연루돼 미 금융망서 퇴출된 ABLV 은행과 별개” 선그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림세빅스 총재는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뇌물수수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총재직에서도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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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세빅스 총재는 자신에 대한 의혹이 ‘라트비아 금융체계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뇌물을 요구하거나 받지 않았다”며“몇몇 라트비아 시중은행들이 라트비아의 명성을 훼손하려는 과정에서 내가 표적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총살 위협을 받았고 이 사실을 경찰에 알렸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신에게 10만 유로(1억3300만원)의 뇌물 수수 혐의를 제기한 라트비아 노르빅 은행이 지난 2016년 큰 손실을 기록하는 등 오히려 재정 문제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내가 추진한 은행 부문의 부패 근절 활동 때문에 오히려 (내가) 인신 공격의 희생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라트비아 정부 역시 림세빅스 총재가 허위 정보 유포로 피해를 본 것이라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라트비아 국방부는 같은날 성명을 통해 “림세빅스 총재에 대한 혐의가 오는 10월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 정부 신뢰에 흠집을 내려는 허위 정보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기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트비아 중앙은행. [EPA=연합뉴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EPA=연합뉴스]

이 사건은 현지 메이저 은행인 ABLV가 북한과 연계된 기업의 돈 세탁을 지원한 혐의로 미 재무부에 의해 미국 금융망에서 퇴출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현재 ABLV는 유럽중앙은행(ECB)로부터 지급 정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이때문에 라트비아 현지 언론은 “두 사건이 연계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라트비아 당국은 “림세빅스 총재는 10만 유로 미만의 뇌물을 요구한 것과 관련돼 조사를 받은 것이다. ABLV와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마리스 쿠친스키 라트비아 총리는 림세빅스 총재의 사퇴 거부에도 불구, 그에게 정직 조치를 내렸다. 이로써 림세빅스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 자리를 유지할지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ECB 이사회는 유럽권의 금리를 결정하는 기능을 한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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