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 매각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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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한국까르푸의 인수 대상자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점 업계 소식통은 21일 "홈플러스와 까르푸 간 인수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인수대금은 1조7000억~1조8000억원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들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할인점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까르푸를 인수하면 전체 매출이 4조3000여억원에서 5조8000여억원으로 뛰어 1위인 이마트(8조1000억원)와의 격차를 좁히고 3위 롯데마트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홈플러스는 이마트.롯데마트에 비해 까르푸와 지역적으로 중복된 점포가 적어 최근 까르푸 인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으며 잠정적으로 가장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국까르푸의 필립 브로야니고 사장은 이날 오전 전국 점포 점장들과의 전화회의 도중 "회사 매각에 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어떤 경우든 회사는 직원들을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까르푸 매각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근래 매각설로 고용불안을 느껴온 까르푸 노조는 다음 달 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날 전화회의는 이런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자리로 풀이된다.

까르푸 측은 그동안 매각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거나 "매각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대응을 피해왔다. 특히 브로야니고 사장은 대외적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까르푸 인수는 홈플러스 외에 롯데마트가 막판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협상이 진행되면서 인수금액을 둘러싸고 양측 간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상장을 통해 자금을 비축한 롯데는 할인점 업계 3위에서 1, 2위로 도약하기 위해 까르푸 인수가 긴요한 상황이다.

한편 까르푸의 김경욱 노조위원장은 "언론에선 매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고, 지난해 상반기 본사에선'한국 내 3위 안에 들지 못하면 철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도 회사는 고용문제에 관해 여태껏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조원이 600명 수준이었으나 고용불안이 번지면서 가입이 늘어 1000명 수준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1996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프랑스계 까르푸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 이어 업계 4위권에 머물렀다. 서울 목동점 등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까르푸는 중국에선 성공을 거둔 반면 한국.일본에선 고전해 일본에선 지난해 철수했다.

염태정 기자

까르푸 M&A설 나오기까지

▶1996년 한국 진출

▶2003년 6월 영업 부진한 부산 사상점, 이마트에 매각

▶2004년 말부터 현대백화점.롯데마트 등의 M&A설 대두

▶2005년 1월 현대백화점과 ▶상품권 교류▶신규 점포 공동 투자▶까르푸 서울 점포 위탁 운영 등 전략적 제휴 협의. 이후 결렬

▶2005년 4월 한국까르푸 필립 브로야니고 사장 "지속적 투자와 M&A 통해 2008년 국내 3위 할인점으로 도약하겠다"

▶2006년 3월 9일 구학서 신세계 사장 "까르푸 인수 의향 있다"

▶3월15일 까르푸 임원 "일부 매장 매각 검토 중" 발언에 노조 "회사서 고용문제 언급없어 4월 1일 총파업" 밝혀

▶3월20일 까르푸 노조 "고용승계되면 매각 반대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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