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청년 실업과 대학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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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민상기 건국대 총장

민상기 건국대 총장

건국대 서울캠퍼스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일감호의 풍광은 일품이다. 총장실에서 내려다보이는 일감호는 요즘 한파에 꽁꽁 얼어 있다. 이 겨울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 중 취업에 성공한 이들에겐 축하를 건네지만, 취업에 실패한 제자를 보내는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처럼 무겁다.

청년실업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나라의 우환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9.9%로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당분간 국내 취업시장은 여전히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청년실업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육성과 그동안의 대학 교육이 유리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1년 반 전 총장 취임 직후 곧바로 대학의 구조를 뜯어고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대학 개혁의 방향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장벽 허물기. 이제는 통합과 융합의 시대다. 지금까지 국내 대학생들은 다른 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학과 간의 칸막이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선 학생들이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대학은 학생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키워서 사회에 내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학과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 학생들이 전공과 무관하게 교류하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인식 아래 기존 학과와 단과대학을 통폐합하는 작업을 벌였다.

둘째 자기주도 학습 도입. 독일에서 공부한 경험에 비춰볼 때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토론식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토론을 필수로 하는 수업을 만들었다. 또 플러스 학기제는 기존의 4학년제의 틀을 깨는 것이다. 예를 들어 7+1 드림학기제도는 한 학기를 학생 스스로 설계한다. 플러스 학기제는 현장 중심의 수업, 학생 주도의 수업, 외부전문가와 기업이 원하는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셋째 현장 실습 강화. 학생들은 현장 실습을 해봐야 자신이 어떤 역량이 부족하고,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취업지원팀에 불과했던 조직을 취·창업전략처로 격상시켰다. 여기에는 취·창업만 전담하는 산학협력 중점교수가 30여 명 있다.

건국대가 새로운 실험을 한 지 2년째에 접어들었다. 구체적 성과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 봄이 되면 얼었던 일감호는 녹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실업 문제는 계절이 바뀌듯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만 조금씩 개선될 수 있다. 봄이 되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캠퍼스의 학생 모두가 사회가 원하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대학들은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

민상기 건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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