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서 출판에 새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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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5년『민중교육』지 필화사건으로 교단에서 쫓겨난 해직교사들이 모여만든 출판기획모임인 교육출판기획실이 출판계와 교육계에 커다란반향을불러일으키고 있다. 해직교사들이「못다한 수업의응어리」를 가슴에 품고「교육의 대중화」「교단의 사회화」라는 취지로 만든 이모임이 펴낸 책들은 거의 그동안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차트를 장식했으며 뒤이어 출판계에 교육도서출판붐이라는 바람직한 현상을 연출해냈다.
교보문고는「교육출판기획실코너」를 따로 마련, 이들의 인기를 증거하고 있다.
교육출판기획실이 발족된 것은 85년10월.『민중교육』지에 기고한글로 화를입은 유상덕(성동고)심성보(보성중)이철국(여의도고)교사등이 중심이되어「현교육의 모순에대한 인식을 널리 알리고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현장의 목소리로 울려보자」는뜻에서 시작했다. 이들은오랜 토의 끝에 우선 교육의 전반적인 이론을 소개한『교육노동운동』(석탑)『교육현실과 교사』(청사)등을 펴냈다.
이어 86년말 수감중이던 김진경(양정고)윤재철(성동고)교사등이출옥하면서 본격적인 출판작업에들어 갔다.
이들은 현교육의 모순을▲입시에 얽매인 비인간화▲분단상황에따른 왜곡된 역사인식▲학생·학부모·교사가 주체가 아닌 획일화된 피동적 관료교육등으로 규정했다.
출판을 통한 이의 타파작업으로 이들은 공허한 교육이론과 딱딱한 훈계식 내용을배제하고인간과 역사에대해「같이 느끼고 같이 의논하는」방법을 택한다. 특히 아동과어른사이에서헤매는청소년의 교육문제에 온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렇게해서 지난해 3월「해직교사들의 못다한 수업」이란 부제를 달고나온 해직교사 13인의 교육에세이『내가 두고 떠나온 아이들에게』(공동체)는 그동안 판을 거듭, 3만여부가 팔려나갔다.
잇달아 5월과 7월에는 교육에 관련된 시사 소설을 모은『내무거운 책가방』(시선집·실천문학사)『누이를 위하여』(소설선집·실천문학사)를 펴냈으며 이책들도 지금까지 1만여부가나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청소년문고」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간된 중·고생들의 글모음『아이들이 어른을가르치는 글』(동녘)도 이미 판매부수8천부를 넘어서고 있다. 이책은학생들이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문제를 스스로 풀도록중1부터 고3까지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의 고백을 담고있다.
또 청소년문고 두번째인『교과서와 친일문학』은 교과서를 장식하고 있는문인들의 친일행각을그들의 작품을 통해 고발하여 청소년들에게 바른 역사에대한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교육출판기획실은 지난3월 그동안의 운동과 성과를 발판으로 자체출판사인「푸른나무」를설립, 첫책으로 김진경교사가 옥중에서두고온 제자들에게 보내는 교육『스스로를 비둘기라고믿는 까치에게』를 펴냈는데 현재 5천여부가 독자의 손에 쥐어졌다.
잇달아 나온『아픔을 먹고 자라는 나무』는 시인·소설가·노동자등 젊은 활동가 10명의 성장체험기를 싣고 있다.
교육출판기획실은 오는 5월말그들의 삶을 바꿔놓았던『민중교육』지를 속간할예정이며 청소년무크도 준비중에 있다.

<이헌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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