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나서는 차준환의 각오 "실수해도 벌떡 일어날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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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이 16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차준환이 16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프리에서 실수 해도 벌떡 일어나려구요." 부츠, 부상, 그리고 대회 직전 감기몸살. 삼중고를 겪고도 씩씩했다. 남자 피겨 기대주 차준환(17·휘문고)이 안정적인 연기로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성공한 뒤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준환은 16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3.79점, 예술점수(PCS) 39.64점을 합쳐 83.43점을 얻었다.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세운 쇼트 개인 최고점(82.34점)을 갈아치웠다. 3조까지 18명이 연기를 마친 가운데 차준환은 중간순위 6위를 달리고 있다. 남은 선수가 12명이기 때문에 최소 18위를 확보, 24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따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차준환은 지난 5일 입국했으나 '촌외 생활'을 했다. 심한 감기 몸살 때문에 다른 선수에게 영향을 줄까봐서였다. 허지만 차준환은 단체전에서도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 최고점인 77.70점을 얻었다. 경기 뒤 만난 차준환은 "경기 내용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데 끝까지 잘 해서 좋다. 감기 기운이 조금 남아 있다. 단체전 때보다 얼굴이 더 안 좋았다. 그래서 경기할 때 표정에 신경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거기에 맞춰 침착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차준환은 "나는 항상 내 연기를 낮게 본다. 이 정도 점수까지는 생각 안 했는데 개인 최고 기록이 나와 좋다"고 했다.

쇼트 프로그램 점수를 확인하는 차준환(왼쪽 셋째)과 브라이언 오서 코치. [강릉=연합뉴스]

쇼트 프로그램 점수를 확인하는 차준환(왼쪽 셋째)과 브라이언 오서 코치. [강릉=연합뉴스]

최근 남자 싱글의 대세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다. 차준환은 국내 남자 선수 중 가장 4회전 점프의 완성도가 높다. 하지만 4회전 점프를 하다 발목 부상을 입었고, 이날 쇼트프로그램에서도 4회전 점프를 넣지 않았다. 차준환은 "쿼드러플을 뺐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도 무리해서 4회전을 연습하기보다는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차준환은 발에 맞는 신발을 찾기 위해 지난해 부츠만 13개를 바꿔 신었다. 그는 "올시즌 초반엔 부츠 문제가 심각했다. 거기에 부상도 있어 회복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평창올림픽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무대라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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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은 17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한국 남자 싱글 최고 순위에 도전한다. 차준환은 "쇼트는 준비했던 것 만큼은 못 보여드렸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내일은 끝까지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 솔직히 몸 상태가 안 좋아 더더욱 순위와 점수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설사 실수가 나오더라도 벌떡 일어나서 마무리를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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