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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윤의 다시 쓰기] ④종량제 쓰레기봉투 안내문

중앙일보

입력

④종량제 쓰레기봉투 안내문

이번 설 연휴에 가족·친지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나요. 모처럼 선물을 주고받고, 함께 음식을 먹다보면 즐거움이 쌓이지만 그만 부산물로 다양한 쓰레기가 나옵니다. 플라스틱·병·종이 등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을 제외하곤 일반용 혹은 음식물용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게 되죠.

이번 '다시 쓰기'는 종량제 쓰레기봉투 안내문을 골랐습니다. 쓰레기봉투는 시·군·구별로 제작합니다. 안내문도 시·군·구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몇 군데의 쓰레기봉투를 살펴보겠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종량제봉투

경기도 성남시 종량제봉투

우선 성남시 '재사용' 종량제봉투(20L)입니다. 봉투 윗부분이 손으로 들기 쉽게 만들어졌습니다. 요즘 많은 지역에 이런 봉투가 도입돼 있습니다. 장바구니 없이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갔을 때는 이 봉투를 사서 상품을 담아옵니다. 봉투 안내문에도 '쇼핑할 때는 상품을 담는 장바구니로, 쓰레기 버릴 때는 종량제 봉투로 재사용'하라고 안내돼 있네요.

장바구니로 한 번 쓰고나서 종량제 봉투로 다시 쓴다는 점에서 '재사용'은 맞습니다. 하지만 쓰레기를 담아 버리고나면 다시 쓸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솔직히 쓰레기봉투가 집에 수북이 쌓여 있으면 그만큼 쓰레기를 '자주' '많이' 버리게 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번거롭더라도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게 환경 보호엔 낫겠죠.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종량제 봉투 안내문에 '과태료' 부분도 있습니다.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허용되지 않는 것을 넣거나, 혹은 종량제봉투가 아닌 다른 봉투에 쓰레기를 넣어 버리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됩니다. 성남시 봉투 안내문에는 '최대 100만원 이하'라고 표시돼 있네요. 이는 '최대 100만원' 혹은 '100만원 이하'로 쓰는 게 맞습니다. '역전앞'(驛前앞)'이란 말을 과거에 흔히 썼지만 '전'과 '앞'은 같은 의미죠. '역의 앞쪽'을 일컫는 말로는 '역 앞' 또는 '역전'을 쓰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최대 100만원'과 '100만원 이하'를 합쳐 '최대 100만원 이하'라고 쓸 필요는 없습니다.

'주의 사항'엔 또 '이 필름은 어린이의 코와 입에 붙으면 위험하오며 … 모서리가 날카로운 것을 넣으면 찢어질 우려가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네요. '위험하오며'의 '-오'는 공손함을 표시하는 어미인데요. 예스러운 표현으로 공공기관의 안내문에서 종종 보이는데요. 너무 공손한 것 같아서 수용자 입장에선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경기도 부천시 일반용 쓰레기봉투

경기도 부천시 일반용 쓰레기봉투

대부분 지역의 쓰레기봉투 안내문에는 어린이 사고에 관한 주의사항도 담겨 있어요. 부천시의 일반용 봉투엔 '코와 입에 묻으면 위험하오니 어린이가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십시오'라 돼 있네요.

코·입에 봉투가 붙거나 묻는 것이 왜 위험한지 보다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이 문구를 읽는 어린이도 더욱 조심하지 않을까요. 이 지자체의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보다 좋은 설명이 있군요. '유아나 어린이에게 질식 등의 위험이 따르므로 놀이의 재료로는 부적합합니다'라 돼 있습니다.

유아·어린이를 염두에 둔 안내는 '유아나 어린이가 가지고 놀다가 봉투가 코와 입을 막으면 질식 등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세요' 정도로 하면 어떨까요. 쓰레기봉투가 어린의의 코·입에 '붙거나 닿는' 것이 왜 위험한지를 보다 잘 설명해 줄 수 있겠네요.

일반용 쓰레기봉투(부천시)에 '내용물의 과중량 또는 모서리가 날카로운 것을 넣으면 찢어질 우려가 있습니다"라는 문장도 있는데요. 무슨 의미인지는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쳐주면 더욱 자연스럽습니다. '쓰레기를 너무 많이 넣거나 모서리가 날카로운 것을 넣으면 봉투가 찢어질 수 있습니다.'

종량제봉투

종량제봉투

잠깐! 부천시의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자세히 봐주세요.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넣어선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림으로 표시해 놓았네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밤·호두·계란·조개 등의 껍질, 뼈다귀, 녹차 티백 등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선 안 된다 합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게시판에도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선 안 되는 것에 대한 공지가 종종 올라옵니다. 눈여겨보닙다만 이내 잊어버리게 됩니다. 부천시 사례처럼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어선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림으로 표시하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네요.

쓰레기를 버리는 만큼 수수료를 내는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는 1995년 도입됐습니다.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근엔 '1인 가구 증가'가 반영됐지요. 1L, 2L짜리 소형 봉투가 추가됐습니다. 종전엔 일반 가정용 종량제 봉투론 5L, 20L짜리만 있었습니다.

설 연휴엔 집마다 쓰레기가 많이 쌓일 것입니다. 환경을 위해선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저부터라도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용기를 되도록 적게 써야 하겠어요. 포장재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제품도 되도록 사지 않겠습니다. 과도한 포장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고, 포장재를 재활용 품목으로 분리해야 하는 수고를 또 감수해야 하니까요. 저희 집에서 쓰레기 당번은 저이거든요.

 20년째 공간·공동체·사람·정책 관련 온오프 콘텐트를 다루고 있다. 직접 만들기도 하고, 이따금 다른 이의 것을 편집도 하지만 늘 스스로 부족하다고 반성한다. 새로운 것을 쓰거나,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쓰자고 노력하지만 생각대로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콘텐트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편집국 교육팀장을 맡고 있다.

성시윤의 '다시 쓰기'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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