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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일본에 1-4패...하버드 출신 그리핀, 올림픽 첫 골 쐈다

중앙일보

입력

14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한일전이 열렸다. 단일팀  그리핀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오종택 기자

14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한일전이 열렸다. 단일팀 그리핀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오종택 기자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터트렸다. 하버드 출신 귀화선수 랜디 희수 그리핀(30)이 희망을 쐈다.

세라 머리(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한국 22위·북한 25위)은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일본(세계 9위)과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예선 B조 3차전에서 1-4(0-2 1-0 0-2)로 졌다. 0-2로 뒤진 2피리어드 9분31초, 그리핀이 슛한 퍽은 일본 골리 몸에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앞서 단일팀은 스위스·스웨덴에 연이어 0-8 대패를 당해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일본에 지면서 예선을 3전 전패로 마쳤다. 일본은 2연패 뒤 첫 승이자 세번째 올림픽 만에 첫 승을 거뒀다. 단일팀과 일본은 순위 결정전에서 2경기씩을 더 치른다.

이 경기 전까지, 한국은 일본과 역대전적 7전 전패에 그쳤고, 1골 넣고 106점을 내줬다. 2007년에는 0-29 참패를 당했다. 일본 여자아이스하키 등록선수는 2587명, 한국은 319명에 불과하다.

14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한일전이 열렸다. 단일팀  그리핀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4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한일전이 열렸다. 단일팀 그리핀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머리 감독은 게임엔트리 22명 중 북한선수 4명을 기용했다. 2~4라인에 김은향·황충금·정수현·김향미를 넣었다. 단일팀은 1피리어드 1분7초, 3분58초에 연속실점했다. 하지만 그리핀이 2피리어드에 만회골을 뽑아냈다.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6년만에 기록한 골이다. 3피리어드 8분18초를 남기고 세번째 실점했다. 경기 막판 단일팀은 골리를 빼는 총력전을 펼쳤지만, 18분33초에 추가골을 내줬다.

그리핀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둘 다 치과의사인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듀크대에서 생물학과 석·박사 통합 과정을 이수했다. 하버드 시절 인종차별을 겪었지만 아이스하키 실력으로 이겨냈다.

하키스틱을 잠시 내려놓았던 그리핀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뛰기 위해 지난해 특별귀화했다. 미들네임에 어머니 이름 '희수'를 넣었다. 등번호 37번은 외할머니 김효숙씨가 태어난 연도인 1937년에서 따왔다. 외할머니가 빙판 위에서 뛰는 손녀의 등번호를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머리도 노랑색으로 염색했다.

랜디 희수 그리핀. [랜디 SNS]

랜디 희수 그리핀. [랜디 SNS]

할머니에게는 한글을 영문으로 풀어쓴 'HALMONY'라고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했다. 경기장을 찾은 김효숙씨는 "손녀가 어릴때부터 똑똑하고 운동을 잘했다. 할머니를 극진히 아꼈다"라고 말했다.

그리핀은 엉덩이 부상을 당해 최근 몇주동안 'X'자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훈련했다. 부상 투혼 끝에 골을 기록했다. 그리핀은 서툰 한국어로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소감을 밝혔다.

14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일본 경기에서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37번)이 득점에 성공하자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4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남북단일팀-일본 경기에서 단일팀 랜디 희수 그리핀(37번)이 득점에 성공하자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이날 북한 응원단 100여명은 ‘칼군무’를 펼치며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한국 관중들은 "이겨라, 코리아"를 외쳤다. 현장관전한 재일동포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신무광 씨는 "만약 스포츠 교류가 일회성으로 끝난다면 한국 선수들은 정치쇼에 이용당한거고 그들에게 정말 미안한거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친 성원을 한국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보내줘야한다"고 말했다.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단일팀은 승패를 떠나 남북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웃음짓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며 "단순히 만난다고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급조된 단일팀이 당장 큰 결과를 보여줄 순 없다. '상징'이 '실질'로 가기 위해 남북 사이에 더 많은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릉=박린·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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