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副군수 자리 싸고 '밥 그릇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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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도의 국.과장이 하나가 돼 청도군에 예산 지원을 줄이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불이익을 가할 것이다."

지난 1일 경북도 남효채(南孝彩)행정부지사가 출입기자들 앞에서 "도와 달라"며 밝힌 '비장한' 각오다.

30일 단행된 도의 서기관급 이상 간부의 인사 배경을 설명하는 오찬 자리에서다.

청도군이 도가 기초자치단체 부단체장을 임용하는 관행을 깨고 지방자치법이 규정하는 대로 부군수를 자체 임용하겠다고 나온데 따른 대응책이다.

도와 청도군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몇차례 조율에 나섰지만 실패해 도 간부의 청도부군수 발령이 좌절된 것이다. 부지사의 '강경한' 소신에 기자들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렇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가능한 수단이며, 당위성을 설명해 나갔다.

부단체장 임명을 둘러싼 광역과 기초간 힘 겨루기는 1995년 민선 이래 경남 고성 등 전국 10여곳에서 있어 왔지만 경북은 처음 있는 일이다. 도가 난처해 하는 것은 다른 기초단체로의 도미노를 우려하는 데다, 하필 도지사의 고향에서 이 일이 시작돼 체면이 말이 아니어서다.

南부지사는 그래서 "이 일은 도지사의 뜻과 무관하게 도 공무원의 중지로 밀어부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상순(金相淳)청도군수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지사가 이미 양해한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청도군은 결국 3일 이원동(55)기획조정실장을 부군수로 승진 발령을 냈다. 金군수는 도의 실력행사 시사에 대해 "도가 시.군에 군림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인사 관행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 간부들이 구상하는 '압박수단'은 사용하는 순간 청도군민은 물론 도민의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군수 자리를 놓고 도와 청도군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힘 겨루기는 도직협 홈페이지에도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저마다 의견을 내고 있다.

'법대로'의 개혁과 '관행'의 존중이 불꽃을 튀기지만, 그 안에 정작 '주민'은 빠져 있다.

송의호 전국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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