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 강남 아파트 자녀에 편법증여한 공직자와 로펌 변호사…대재산가 변칙 증여 실태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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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인 A 씨는 음식점업 등을 운영하는 아들 B 씨에게 상가건물 취득자금을 줬다. B 씨는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자금은 물론, 사업소득 매출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이 돈으로 고가의 상가 건물을 취득했다. 국세청은 현금증여액 및 사업소득 현금매출을 누락한 B 씨에 억대 규모의 돈을 추징했다.

부동산 변칙증여 사례.[자료 국세청]

부동산 변칙증여 사례.[자료 국세청]

공직자, 전문직 종사자, 기업 오너 등이 부동산을 통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변칙적으로 증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사회 각계각층의 부동산 변칙증여 사례를 12일 공개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이후 4차례에 걸쳐 1375명에 대한 기획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596명은 조사 진행 중에 있다. 이 결과 다양한 유형의 변칙 증여 사례가 적발됐다.

대형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딸에게 서울 강남ㆍ송파구 소재 아파트의 취득ㆍ전세 자금을 직접 증여했다. 일부는 배우자를 통해 딸의 아파트 취득자금을 주기도 했다. 지방에 소재하는 한 기업의 사주는 해당 기업의 대표인 아들에게 토지구입 비용으로 수억 원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탈루했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 임원은 고액의 상가 건물을 두 딸과 공동 명의로 취득한 뒤 상가에서 발생하는 임대수입을 두 딸에게 지분 이상으로 과다하게 주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를 했다.

부동산 변칙증여 사례. [자료 국세청]

부동산 변칙증여 사례. [자료 국세청]

이 밖에 본인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아들의 건물 취득자금을 마련한 은행지점장, 소득이 없는 아들의 아파트 담보대출금을 대신 갚아준 전직 교육공무원의 탈루 행위가 국세청 조사 결과 드러났다.

국세청은 향후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세금 탈루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세청은 가격 급등 지역의 고가 아파트 등의 거래에 대해 현장정보 및 관계기관 자료, 세무신고 내용 등을 바탕으로 탈세 여부에 대해 전수 분석을 진행 중이다. 이 결과 다운 계약서(거짓 계약서) 작성, 자금원천 불투명과 같은 탈세 혐의가 발견될 경우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해 다음 달 중 조사를 할 계획이다.

또 부동산 이외에도 일감 몰아주기, 차명재산(계좌, 주식 등) 이용 등 변칙 상속ㆍ증여에 대해 철저히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지난해 8월 구성한 ‘대기업ㆍ대재산가 변칙 상속ㆍ증여 검증 태스크포스(TF) 활동 기한을 올 2월에서 올 6월 말까지로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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