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82년 이후 최대 공습…시리아서 이란과 대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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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지 않은 미확인 로켓의 잔해가 이스라엘-시리아와의 국경 근처에 있는 레바논 남부 마을에 떨어져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1982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기했다. [EPA=연합뉴스]

폭발하지 않은 미확인 로켓의 잔해가 이스라엘-시리아와의 국경 근처에 있는 레바논 남부 마을에 떨어져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1982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기했다. [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1982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F-16 전투기가 시리아군에 격추됐다. 시리아군 측에서도 최소 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과의 충돌은 이번이 가장 격렬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분석했다.

시리아군, 이스라엘 F-16 전투기 격추 #이스라엘 이란 무인기 시설 등에 보복 공격 #미국은 이스라엘, 러시아는 시리아 편들기 #쿠르드, 터키 헬기 격추하는 등 다층 충돌 양상

 이스라엘의 대시리아 공격은 이란의 무인기가 자국 영토를 침범했다는 이유였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조치를 두둔했지만 시리아군을 지원해온 러시아는 우려를 표했다. 7년째 이어져온 시리아 분쟁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중부의 군 시설을 전투기로 공습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로넨 마넬리스 준장은 “군이 시리아에서 이란의 무인기 시스템을 겨냥해 공격을 벌였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측은 이란 무인기가 자국 영공을 침투해 공격 헬리콥터로 요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전투기의 공습이 시작되자 시리아는 방공망을 가동해 이스라엘 F-16 전투기 한 대를 격추했다고 시리아 국영 TV가 보도했다. 이 전투기는 기체가 손상된 채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북부에 추락했다. 조종사는 탈출해 치료를 받고 있으나 한 명은 상태가 심각하다고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보도했다.

시리아군이 이스라엘 F-16 전투기를 격추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군과 이란군 시설울 겨냥해 보복 공습을 벌였다. [AP=연합뉴스]

시리아군이 이스라엘 F-16 전투기를 격추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군과 이란군 시설울 겨냥해 보복 공습을 벌였다. [AP=연합뉴스]

 F-16 격추 이후 이스라엘은 보복으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시리아ㆍ이란군 시설에 두 번째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 공군의 토메르 바르 장군은 “1982년 레바논 전쟁 이후 시리아에 대한 가장 심각한 공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인권감시단체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리아군과 이를 지원하는 다른 나라 군인 등 6명이 사망했다고 WP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시리아 및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이 전에도 시리아의 군 시설이나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세력을 공습했지만, 전투기를 격추당하기는 처음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군이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하고,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대이란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모양새다.

이스라엘 F-16 전투기. [AP=연합뉴스]

이스라엘 F-16 전투기. [AP=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이스라엘과 시리아를 두둔하고 나섰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이스라엘 국경에서의 단계적인 폭력 확산을 우려하고, 자신을 스스로 지킬 이스라엘의 주권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힘과 우세함을 보여주려는 이란의 야욕은 예멘부터 레바논까지 역내 모든 사람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는 사건 전개와 시리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소식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시리아와 역내 다른 나라의 주권과 영토적 통합성을 무조건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둘러싼 갈등은 시리아 사태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터키군이 시리아의 쿠르드민병대가 주둔한 지역을 향해 무기를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터키군이 시리아의 쿠르드민병대가 주둔한 지역을 향해 무기를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민병대와 터키군이 대치 중인 가운데 이날 터키군의 헬기가 격추돼 2명이 숨지는 등 터키군 11명이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터키 내 쿠르드족이 시리아의 쿠르드족과 연계해 독립을 추진할 것을 우려한 터키의 군사 개입으로 시리아에선 다층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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