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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전설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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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전설은 계속 되고 있다. 임효준(한국체대)이 10일 평창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금맥 캐기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쇼트트랙 최강국이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임효준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임효준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이하 쇼트트랙)은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으로 손꼽힌다. 쇼트트랙이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12일 현재까지 한국은 43개의 메달(금22·은12·동9)을 가져갔다.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이 딴 금메달은 27개인데 쇼트트랙이 80%가 넘는 22개를 딴 셈이다. AP통신은 지난 6일 평창올림픽 순위를 예상했는데 "한국은 쇼트트랙에서만 금메달을 7개를 따고 5위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처음부터 쇼트트랙을 잘했던 건 아니다. 쇼트트랙은 미국과 유럽에서 발달했다.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는 1976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한국은 1983년 일본 도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선수를 출전시켰다. 느리게만 흘러가던 쇼트트랙 시계가 빨라진 건, 1988년 캘거리올림픽에서 쇼트트랙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면서부터다. 동계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던 한국은 쇼트트랙을 전략종목으로 선정하고 '금메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쇼트트랙은 롱트랙(400m) 스피드스케이팅에 비해 짧은 코스(111.12m)를 돌아서 쇼트(Short)트랙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래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속속 쇼트트랙으로 전향했다. 쇼트트랙은 빠르게 코너를 돌며 순위 경쟁은 벌이기 때문에 유연성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구가 작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스케이팅 기술은 좋지만 체격에서 밀렸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쇼트트랙 전향 후 날아올랐다.

한국 쇼트트랙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기훈(51)은 1985년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 1988 캘거리올림픽 1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에서 1000m, 5000m 계주 우승으로 한국 겨울올림픽 44년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김기훈. [연합뉴스]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김기훈. [연합뉴스]

이후 쇼트트랙 대표팀은 여름올림픽에서 최강이 된 한국 양궁 대표팀처럼 세계 정상을 지키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김기훈은 호리병 주법, 외다리 주법, 개구리 장갑 등 다양한 기술을 탄생시켰다. 호리병 주법은 직선 주로에서 인코스로 달리다가 다시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상대를 앞서나가는 기술이다. 외다리 주법은 코너에서 원심력을 극복하고 스피드를 이어가기 위해 한발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말한다. 코너를 돌 때 마찰력을 줄여주는 개구리 장갑도 발명했다.

쇼트트랙 호리병 주법

쇼트트랙 호리병 주법

이런 다양한 기술을 흡수한 한국 쇼트트랙은 승승장구했다. 김기훈을 이어서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 500m 금메달리스트 채지훈, 1998년 나가노올림픽 1000m 금메달리스트 김동성, 2006년 토리노올림픽 3관왕 안현수 등으로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계보가 이어졌다. 여자 쇼트트랙은 나가노올림픽 2관왕 전이경, 토리노올림픽 3관왕 진선유, 2014년 소치올림픽 2관왕 박승희 등으로 금맥이 연결됐다.

세계 정상을 지키느라 우여곡절도 많았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전략을 외부로 노출시키기 않기 위해 견고한 벽을 쌓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짬짜미(특정 선수 밀어주기), 파벌 논란, 코치의 폭행 등이 일어났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도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 심석희가 코치로부터 폭행당해 진천선수촌을 이탈해 이틀 만에 복귀해 논란이 됐다.

[포토]심석희,아쉽네

[포토]심석희,아쉽네

그래도 여전히 한국 쇼트트랙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이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 시간에는 중국, 일본, 헝가리 등의 분석관들이 열심히 영상을 찍었다. 믹스트존(취재공동구역)에선 외신 기자들이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는 "우리 선수들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스피드와 체력, 전략 등 모든 면에서 세련돼 역대 최고 대표팀이라고 봐도 된다"고 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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